대법 전원합의체 “부동산 ‘이중 근저당’ 배임죄 처벌 불가”_온라인 스포츠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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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속하고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경우, 이른바 '이중저당'은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배임죄는 '남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인데, 채무자가 저당권을 설정해줄 의무는 '남의 사무'가 아닌 '자신의 사무'여서 배임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돈을 빌린 후 자신의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속한 후 다른 사람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오늘(18일) 열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중 저당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겁니다.

앞서 A 씨는 2016년 B 씨로부터 18억원을 빌린 후 담보로 자신의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돈을 빌린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아파트에 B 씨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검찰은 A 씨를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했습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사무에서 임무를 저버리고 불법행위를 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채무자 A 씨가 과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돈을 빌린 후 그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한 사람이 채권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 근저당권을 부동산에 설정해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 왔기 때문입니다.

하급심은 그 동안의 대법원 법리에 따라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4억 7500만 원으로 보고 배임죄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12억 원으로 산정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면서 기존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당권 설정계약에서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 관계는 금전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을 뿐,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따라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저당권을 설정할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라며 "채무자가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먼저 담보물에 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의무를 위반하여 담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