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재기’…1,600원 아슬아슬 _폭식 더빙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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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원.달러 환율이 3월 첫 거래일부터 폭등해 장중 1,600원에 육박하면서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해외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증시 이탈과 한국씨티은행의 매각설 등이 제기되면서 환율 추가 급등을 우려한 달러화 사재기 현상이 엿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은 시장이 공황 상태로 치닫자 화급하게 5억∼7억 달러 정도를 풀어 간신히 1,600원선은 방어했으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해외 시각 악화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이 맞물리고 있어 단기간에 환율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다음 달 이후 외화 유동성과 무역수지 개선 추세가 가시화되면 환율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급등이 국가 신인도 악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환율 상승폭에 대한 당국의 제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환율 두 달 새 300원 폭등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36.30원 급등한 1,570.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8년 3월11일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달 10일 이후 9거래일 연속 급등하면서 1,5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들어 1,570원도 돌파했다. 작년 말보다는 310원가량 폭등했다. 원.엔 환율도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1,610.9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외국인의 주식매도 행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외국인은 환율이 상승세를 재개한 지난달 10일 이후 15거래일 연속 주식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천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누적 순매도 규모가 2조4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 확산 이달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환율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잔여 만기(Remaining maturity)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의 외채는 지난해 말 현재 1천940억달러인데 비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천억달러 수준이며, 회사채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들을 뺄 경우 1천700억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외채가 유동적인 외화 보유액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자 최신호에서 17개 신흥시장국의 위기 상황을 평가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와 한국을 세 번째로 위기에 취약한 국가로 꼽았다. 미국 씨티그룹의 국유화 여파로 한국씨티은행의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주 중반 이후 달러화를 대거 매수하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는 장 막판 2억달러 가량을 사들이면서 환율 급등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매각설 등을 공식 부인했지만 이날 장 초반부터 한국씨티은행의 매수세가 유입되자 시장은 여전히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물회사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금융기관의 한국 철수 소식으로 역외세력이 달러화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아직 악재들이 많아서 환율이 안정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 당분간 불안…당국 적극 개입 할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쳐 있어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주식매도세와 해외 증시 불안 등 악재가 해소되기 전에는 달러화 수요 우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은행 국유화 소식에 따른 뉴욕 주가의 12년 만에 최저치 추락과 동유럽 국가의 부도 가능성 등도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선호하게 하는 요인이다. 해외 주가 하락은 해외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신권의 환위험 헤지분 청산을 초래하면서 환율에 이중으로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단기 외채 만기 등으로 외환시장 내 달러화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환율을 급등시키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고공행진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무역수지의 개선과 같은 호재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달을 무사히 넘기면 환율이 차츰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위기설 등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단기과열(오버슈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수지와 외화조달 여건 개선이 가시화되면 불안감이 급속히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2억9천500만 달러의 흑자를 나타내면서 2007년 6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대폭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13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 신금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부 외신이 우리나라 외채 규모를 확대해 보도하면서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이 환율 급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3월 위기설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다음 달 초 배당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환율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당국이 환율 불안의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이 부장은 "환율 급등으로 국가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당장 환율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하더라도 환율 상승폭을 제어하는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삼성생명 신 이코노미스트도 "환율 급등으로 증시까지 불안해질 수 있으며 과도한 환율 변동으로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당국이 개입을 단행하면 시장에 확실한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