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놓친 애플의 인공지능 도입 [비전프로]②_포커 램프 문신 그리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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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은 143번 말했는데…AI 언급 꺼린 '비전 프로'

애플의 혼합 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 발표는 무려 46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사용 사례부터 앱 개발자들을 위한 안내에 이어 제품의 기술적 특성과 보안 방침 설명까지 이어졌습니다. 협력 관계인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까지 등장해, 발표회가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길고 긴 발표 내내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인 '기계학습(머신 러닝)'이라는 표현만 한 차례 등장했습니다. 사용자의 얼굴을 미리 촬영한 뒤 머신 러닝을 이용해서 가상의 아바타를 만든다는 내용으로 잠시 등장한 것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전부였습니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가상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 머신러닝을 활용한다.  이번 발표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언급된 거의 유일한 사례다. (영상출처: 애플)
이와 대조적으로 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달 10일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기조연설에서 2시간 동안 무려 143번 AI를 언급했습니다. 피차이만 호들갑스러운 게 아닙니다.

지난 8일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직원 회의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자사의 대표적인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IT 업계를 넘어 세계 산업계의 최대의 화두는 챗GPT입니다. 챗GPT를 가능하게 한 기술인 트랜스포머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왜 인공지능에 대해서 거의 침묵했던 것일까요? 여기에 애플의 고민이 숨어있습니다.

■ 애플이 조심스러운 몇 가지 이유

우선, 인력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IT 매체인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의 인공지능 핵심 개발자들이 구글로 이적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애플의 '시리' 인공지능 서비스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아닌, 옛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적용에 느리다는 것입니다.

챗GPT는 때로는 거짓말도 하는 요즘 말로 '아무말러'입니다. 하지만 마치 스스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용자에 호응하면서 그럴싸한 말을 해내기에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반면 애플의 시리는 처음부터 부적절한 말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고안됐습니다.

애플은 “당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가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면서  시선 정보를 앱이나 웹사이트로 전송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처: 애플)
마지막으로 애플이 스스로 밝힌 보안 원칙 역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애플은 앱이나 인터넷으로 사용자 관련 정보를 전송하는 것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전 프로'에서 착용자가 무엇을 보는지도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입니다. 애플은 사용자의 시선 정보를 기기 외부로 전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보안은 지키겠지만 챗GPT처럼 대규모 정보를 모아서 처리하는 방식의 인공지능을 운용하는데는 부담이 되는 원칙입니다.

■ 숨겨져 있는 인공지능

하지만, '비전 프로'가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된 아바타 생성 외에도 손동작이나 사람의 시선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방식에는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환경이나 눈의 방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기술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팀 쿡 애플 CEO는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애플도 제품에 AI를 통합했지만, 대중들이 볼 때는 그런 기능을 AI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즉, 자연스러운 기능 구현을 위해 여러 AI가 사용됐지만, 굳이 AI라고 부르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 모두가 주목하지 않았던 애플의 인공지능 채택

애플은 이번 연례 개발자 모임인 WWDC 2023에서 비전 프로만 발표됐던 것이 아닙니다. 비전 프로에 묻힌 다른 발표들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 애플이 처음으로 '트랜스포머 언어 모델'을 사용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출처: 애플 WWDC 2023 키노트
트랜스포머는 인공지능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구글이 발표한 알고리즘입니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이를 이용해서 많은 양의 문서를 학습해 개발된 인공지능의 일종입니다. 챗GPT가 바로 대규모 언어모델의 일종인 GPT-3와 GPT-4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애플은 바로 이 트랜스포머 언어 모델을 이용해서 아이폰 입력 시 오타를 바로잡아주는 '자동 수정'기능을 향상시켰습니다. iOS 17부터는 문자 하나를 입력할 때마다 즉각 챗GPT와 유사한 인공지능이 다음 문자를 예상하여 문구를 제안하거나 오타를 바로 잡게 됩니다.

아이폰의 사용자 음성 인식에도 트랜스포머 기반 음성인식 모델이 적용됩니다. 결국, 애플은 문자 입력과 음성 입력 분야에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 챗GPT와 유사한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셈입니다.

애플의 보안에 대한 고민과 챗GPT기술 도입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다른 제조사들이 만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스마트워치와 노트북, 가전제품도 어떤 식으로 챗GPT 시대에 적응할지 모색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애플은 일단 요란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챗GPT 처럼 그럴싸한 말로 사람과 AI가 직접 소통하는 장치도 고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안과 윤리 문제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