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해부한다 _남자가 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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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나눠주는 달력을 공짜로 얻을 생각은 미리 접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사정 때문에 기업홍보의 주역이던 달력의 풍성한 인심을 기대하기 힘들어 졌기 때문입니다. 날도 춥고 이런 저런 아쉬움이 남는 연말, 출동투데이에서 달력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수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제 한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과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가로수들.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스산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계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하는 12월입니다. ⊙인터뷰: 뭔가 잊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인터뷰: 좀 허무하게 지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인터뷰: 오늘 처음으로 저기 나왔거든요, 볼 일 보려고, 그런데 세상 밖이 너무 무섭다는 것하고 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기자: 아침에서 밤으로 여름에서 겨울로, 멈추거나 돌아가는 일 없이 흐르는 시간, 이 방안에는 그렇게 수백 년의 세월이 고여 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적어 절기를 기록한 조선시대 천세록부터 시작해 세금낼 때를 빽빽이 적은 일제시대 달력 그리고 1970년대 영농달력까지 수집가 최웅규 씨가 모은 달력은 1000여 점에 이릅니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옛 민인들이 남긴 달력들, 그는 시간을 잠시 잡아두고 있습니다. 수십년전, 혹은 수백년전 달력에 남아 있는 표시와 낙서들, 이제는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삶의 흔적들이 달력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최웅규(생활수집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쉽게 모든 것을 버려요, 잊어버리려고... 그리고 12월에는 망년의 달 해서 술을 많이 먹고 잊을려고 하잖아요. ⊙기자: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은 지난 일을 잊어버리는 법을 가르치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고들 합니다. 날짜 어찌 가는 줄 모르겠다는 말을 되뇌이며 분주히 오가는 현대인들, 세월의 단락을 간편하게 지워주는 달력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공짜로 얻어 쓰는 대신 달력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는 사람들, 이들에게 달력은 달력 이상의 그 무엇입니다. ⊙이종현(서울 방배동): 이건 선물할 거예요. 한 해 날 잘 기억하고, 잘 살자 이런 의미에서... ⊙이민호: 제 눈으로 확인해야 된다는 사실이 들어요. 저 같은 경우도 집에 달력이 한 방에 한두 개 정도는 있거든요. ⊙기자: 방이나 거실에, 혹은 책상 위에 놓이는 작은 예술품, 달력. 서민들에게는 1년 내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벌써 20년 넘게 판화달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철수 씨. 그에게 달력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매개이자 생활 속의 미술을 실천하는 통로가 되어 줍니다. ⊙이철수(판화가): 일상생활 속에 그걸 가져다 놓고 보시는 셈이 되니까 적어도 한 달, 혹은 일주일 이런 식으로 늘 그림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죠. ⊙기자: 보통 사람들보다 한두 해를 앞서서 살아가는 달력회사 사람들, 12월은 이들에게도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박경진(달력제작업체 대표): 표기할 때도 2000년이 아니라 2001년으로 모르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날짜 개념이 왔다갔다합니다. 사실은, 달력을 만들다 보니까... ⊙기자: 우리나라 한해 달력소비량은 6000만부 정도, 올해는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만 부에 달하던 대기업들의 달력주문이 30% 가량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100부, 200부씩 달력을 만드는 소량주문은 오히려 부쩍 늘었습니다. 달력 귀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네 점포와 같이 작은 업체들이 달력 제작에 나선 것입니다. ⊙청과물 가게직원: 달력을 귀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우리가 달력을 좀 맞췄는데 많이 맞췄는데도 달력이 잘 나가고 그리고 손님들이 좋아하는데 달럭을 좀 더 맞췄어야 되는데... ⊙기자: 몇 개의 점과 숫자로 구분되지 않는 자연의 시간을 인간의 구획으로 나눠 기록한 달력, 20001년 1월 1일이 되면 12월 31일 아침과 다름없이 똑같은 해가 떠오르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12장 새해달력에는 새로운 희망이 어릴 것입니다. KBS뉴스 이수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