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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혐의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판단·분석 방법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면 함부로 특정 부분만 믿거나 배척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국내산과 중국산을 혼합해 만든 고춧가루에 '국내산 100%'라고 원산지를 허위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48)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공소사실이 유죄임을 보여주는 증거 판별 방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가볍게 여기고 일부 증거의 증명력만 인정했으므로 사건을 더 심리하라는 취지다. 임씨는 2011년 7∼8월 충북 충주에서 국내산과 중국산이 섞인 고춧가루 1만6천695㎏(2억2천379만여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산하 연구소에 고춧가루 샘플 11점의 1차 검정을 의뢰한 결과, 7점에서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됐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런데 1심 법원이 동일 시료 11점의 2차 검정을 의뢰했더니 종전 '국내산' 중 3점은 '혼합'으로, '혼합' 중 2점은 '국내산'으로 변경됐다. 임씨는 시료 11점 중 5건의 감정이 바뀐 점을 지적하며 검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감정 방법인 '근적외선 분광법'(NIRS)의 정확도는 95±2%로 알려져 있고 검정 결과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피고인이 검정 결과를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다른 정황들도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차적 증거방법 자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포돼 있고, 그와 동일한 분석기법에 의해 제출된 2차적 증거방법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소극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면밀한 심리를 거쳐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 2차 검정 결과 변경의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은데, 그 구체적 원인이 규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추론이나 설명도 원심에는 제시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법원은 각 증거방법에 따른 분석 대상물과 주체, 분석 절차와 방법의 동일 여부, 내포된 오류 가능성의 정도, 달라진 분석 결과가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지 여부,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이유의 합리성 유무 등에 관해 면밀한 심리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