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150만 시대, 교과서도 차별한다고?_룰렛 판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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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랑 똑같이 생겼네?"
교과서를 보던 준수가 외친다.
 
"그렇게 말하지마!"
준수를 흘겨보던 까무잡잡한 얼굴의 소녀, 결국 책상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교실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네팔에서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초등학교 3학년 '쏘레'양. 국어책을 한국 아이들보다 더 잘 읽지만 교과서를 펼 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의식돼 어깨가 움츠러든다. 피부색도 다르고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서툰 다문화가정 이야기가 교과서에 나오는 날이면 쏘레는 선생님 허리를 붙잡고 교실에 들어가기 싫다며 울곤 한다. 쏘레처럼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편견, 오히려 교과서가 강화한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기술방식이 지나치게 한민족 중심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7차 교육과정의 초,중등학교 사회,도덕,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다. 화목한 집을 그린 삽화나 학급의 모습이 모두 한민족 중심으로 그려져 있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배제됐다거나, 범죄자나 굶주린 아이들을 모두 흑인으로 표현한 것들이 그것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내 다양한 문화와 집단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사례지만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식으로 서술해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어 교과서는 서구 중심적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해외 동화들은 대부분 덴마크나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쪽 작가의 작품에 편중됐고, 이 때문에 삽화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양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금발 백인이었다. 또 위인들의 사례를 들 때도 서구 출신 인물이나 우리나라 사례만 있을 뿐, 제3세계 인물들은 제외됐다.

특히 성신여대 산학협력단 조대훈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교수팀은 현재 우리나라 교과서가 사회적 소수자를 서술하는 방식에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그들, 즉 외국 출신 거주자들을 암묵적으로 타자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어 습득과 생활방식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주민의 자녀들도 학교에서 동일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교육적,사회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oo교과서)

"다문화 가정의 대다수가 경제적 빈곤층에 속하며 언어 및 문화의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교과서)

이런 내용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대훈 교수는 "글로벌 교육을 하는 교과서라면 현상에 대한 서술에 그치지 말고 그 같은 현상을 부른 원인과 배경, 이주민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물음이 생략되면 '이주민의 부적응과 실패를 특정 소수자 집단의 무능력이나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주 초기 부적응 현상에 대한 일방적 서술이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 다문화 가정 다룬 시 '걱정마', 교과서에서 사라진 이유는?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나영이 엄마는/필리핀 사람이고,
알림장 못 읽는/준희 엄마는/베트남에서 왔고,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영호아저씨 각시는/몽골에서 시집와
길에서 마주쳐도/시장에서 만나도/말이 안 통해/그냥 웃고만 지나간다
이러다가/우리 동네 사람들 속에/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그래도 할머닌/걱정말래.
아까시나무도/달맞이꽃도/개망초도/다 다른/ 먼 곳에서 왔지만
해마다 어울려 꽃피운다고.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시(詩)다.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보는 것과 달리,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교사들은 꾸준히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광릉초등학교 문성준 교사는 "이 시에 있는 표현들이 우리 것에 서툴러서 못하는 것이 많다라고 해 본의아니게 '다문화 가정 사람들은 못한다'는 굴레아닌 굴레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시는 올해 3,4학년 책이 개정되면서 교과서에서 빠지게 됐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안되려면?

 교과서는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통합교과로의 개정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1,2학년의 교과서가 개정됐고, 올해 3,4학년 교과서가, 내년에 5,6학년 교과서가 개정될 예정이다. 당연히 다문화 관련 내용이 많아졌고 다문화 관련 단원이 따로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문화적 관점에서 살펴 볼 때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개정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내용을 분석한 광릉초등학교 문성길 교사는 "백인은 선진국 사람, 본 받아야 되는 사람, 유색인종은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어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동아시아 언어문화학자 경희대학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의 민족주의 성향에 대해 "한국이 지난 50년 고도성장을 이루고 뭉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민족 정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한국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결국 "다양한 문화도 한국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생각이 더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임마누엘 교수의 생각이다.

KBS 라디오(FM 104.9MHz)는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기 위해 공사창립 41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교과서 속의 다문화'를 1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방송한다. KBS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과서에 인종차별의 요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거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 민족 우월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한 동화주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분석하고, 음악교과서 속에서의 다문화적 접근 방향 등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