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외교 무능’ 프레임_배우 베테 파자스 사망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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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세계일보 온라인판에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단 기사가 송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슬라맛 소르'라는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외교관 출신의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 패널,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말레이시아 지인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가 맞지만 말레이시아어와 인도네시아어가 거의 같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해프닝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생한 지 6일이나 된 이 사건은 '대통령'이 '순방 중 저지른 실수'라는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20일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받아썼고, 21일에는 한겨레를 뺀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가 비중있게 다뤘다. '외교 결례'로 진짜 하고 싶은 말...'외교 무능' 이 해프닝을 보는 언론사들의 시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조선일보 <연이은 외교 결례>, 중앙일보 <"외교 결례 범했다" 지적 제기돼>, 동아일보 <해외 순방 중 잇단 '외교 결례'>처럼 하나같이 '외교 결례'라고 규정했다. 기사 전개 방식도 ① 사건 경과 소개, ② 사건을 외교 결례로 규정, ③ 규정의 근거로 말레이시아어 전문가의 의견 제시, ④ 과거 유사 사례 추가의 순서로 대부분 비슷했다. '외교 결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말레이시아 총리의 의견이 결정적이었지만 관련 기사가 쏟아졌던 지난 21일, 이 부분에 대한 취재는 없었다. 차선책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의 반응을 살펴볼 수도 있었지만 관련 보도는 거의 없었다. 우리 언론이 외교 결례에 더 집중한 이유에 대해 J 고정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신남방정책의 맥락 가운데서 이같은 실수가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켰는지 따져본 게 아니라 갑자기 외교 결례만 들고 나와 문제 삼았다. 이건 일부 언론들이 어떤 프레임으로 이번 사건을 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한 언론은 '반복되는 실수는 무능이다'라고 지적했는데 이것만 봐도 외교 사안을 다루기 보다는 정치 기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프닝을 외교 결례라는 틀 안에서 해석하는 언론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현 정부의 '외교 무능'인 셈이다. 그때 그때 다른 '외교 무능 프레임' 적용법 정준희 교수는 또 "내가 좋아하는 정부는 뭘 잘한지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싫어하는 정부는 실수만 찾아 과대포장한 뒤 정치 기사화시킨다"면서 외교 결례 프레임이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J가 역대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 대해 살펴본 결과 같은 신문이라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2007년. 필리핀 세부에서 열렸던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만찬과 오찬에 불참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맘 아픈가 몸 아픈가>라는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사안인데도 국제 무대에서 피로 누적 사실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건강상의 이유로 만찬에 불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동아일보의 시선은 노 전 대통령때와는 달랐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몸살 걸려 국왕 만찬, 페회식 불참>이라는 기사에서 "20일 끝장 토론 후 제대로 쉬지 못한 데다 비행기에서 한숨도 안 자고 회의를 준비하느라 무리를 했다"면서 청와대 측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기사 말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3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피로 누적 때문에 만찬에 불참한 적이 있다"라고 덧붙여, 외교 결례 논란이나 추가 비판이 제기될 여지까지 사전 봉쇄했다. 아예 꺼지기도 하는 '외교 무능' 스위치 외교 무능 프레임은 정권에 따라 그 스위치가 아예 꺼지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길에 나설 때마다 가방을 잊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의전을 위해 순방 길에 나서는 정상들은 대개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2013년 9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날 때도, 2014년 3월 독일 메르켈 총리를 만날 때도 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외교 결례라고 지적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이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다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훗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 가방은 고영태 씨가 만든 가방으로 드러났다. J 패널 정준희 교수는 "외교 결례는 정권에 따라 '유능' 혹은 '무능'으로 작동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거칠고 세련되지 못함'이란 부분이 언론에 많이 부각된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유능하고 세련됨'이 부각됐다. 옷도 잘 입고, 어렸을 때부터 정치 수업을 받아 국제 무대에서도 잘 통한다는 식으로 해석을 했다. 결국 외교 보도가 다뤄야 하는 핵심적인 정보를 생략한 채 국내 정치의 의미로, 그것도 정파의 위치에 따라 다른 의미로 유능하고 세련됐는가, 무능하고 거친가의 방향으로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31일 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37회 '무엇이 '외교 무능'인가?' 편에서는 언론의 '외교 무능' 프레임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독일 기자 안톤 숄츠,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교수와 KBS 송수진·김덕훈 기자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