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우 감전위험 여전 _마이닝 포커 서킷_krvip
⊙앵커: 지난 15일 기습폭우가 내릴 당시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던 행인 21명이 감전사 한 것으로 신고됐는데요, 이 때문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로등이 또 다른 감전사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출동삼총사 이해연 기자입니다.
⊙기자: 수도권 지역에 시간당 120mm가 넘는 비가 내린 지난 15일 새벽.
5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가운데 길을 가다 갑자기 쓰러져서 숨졌다는 사람이 21명이나 됩니다.
모두 감전사로 신고됐습니다.
37년 만에 내린 폭우로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정 모씨.
가로등 근처에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뒤따르던 또 다른 사람도 같은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김옥란(목격자): 같이 오다가 앞에 와서 탁 쓰러지더라구요, 그냥 장난치는 줄 알았죠, 우리는...
⊙기자: 자신의 가게 앞에서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김옥란 씨, 같은 자리에서 여러 명이 쓰러지는 걸 봤다고 말합니다.
⊙김옥란(목격자): 구해낸 아가씨가 전기가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어디 전기가 오나, 그러니까 또 한 사람이 쓰러지니까 전기가 오는 거 맞구나 해서 그냥 계속 전기 감전되니까 오지 말라고 소리질렀죠.
⊙기자: 감전사가 신고된 곳은 한결같이 가로등 주변.
첫 번째 문제는 물에 잠긴 안정기의 누전입니다.
전기를 고르게 공급하는 안정기의 높이가 지상 50cm 정도여서 이번 같은 집중호우에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부적합 경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강중현(전기안전공사 검사과장): 1년 정도된 것 같아요. 부적합이었어요. 3차 경고까지 나갔어요.
⊙기자: 모두 12명이 감전사로 숨졌다며 신고가 들어온 서울시.
지금 전기시설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 조사반이 나서 과연 신고된 감전사가 모두 가로등 때문인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위창양(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 외부적인 요건 자체가 여건 자체가 뚜렷이 딱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까지도 다시 검토를 하다보니까 시간이 걸리고...
⊙기자: 감전사, 의학적으로 20밀리암페어 이상의 전류가 몸 속에 흘러 심장마비 또는 호흡곤란으로 숨지는 것을 감전사로 정의합니다.
물이 묻었거나 상처가 있을 경우 그만큼 전기저항이 없어 쉽게 감전으로 이어집니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그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김덕원(연세대 의학공학교실 교수): 애들은 키가 작고 손으로부터 발까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전류가 성인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흐르게 되죠.
⊙기자: 또한 어떤 물인가에 따라서도 감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끓여서 만든 증류수는 전기를 보내도 전류가 흐르질 않습니다.
같은 물이지만 흙탕물은 보통 수돗물에 비해 전류가 더 잘 흘러갑니다.
⊙남경식(서울사대부속여중 과학교사): 땅 속에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빗물 속으로 녹아 들어갈 수가 있겠죠.
이때 이온화된 물질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입니다.
⊙기자: 이처럼 가로등으로 인한 감전사가 잇따르면서 각 지자체는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응급책으로 가로등에서 누전 가능성이 있는 설비를 최대한 높일 계획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는 가로등 모양 때문에 여기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홍규(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 1m 이상 올려라 그러면 가로등 굵기가 바뀌어야 돼요.
⊙기자: 서울시내에 설치된 가로등만 해도 12만여 개.
또 다른 폭우에 대비한 가로등 시설의 보수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KBS뉴스 이해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