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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Welcome to Hell)”죽어서 오는 사람에게 저승사자가 할 법한 소리를 경찰이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브라질에선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일도 채 남지 않은 리우 올림픽의 개최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브라질에선 "히우 지 자네이루"라고 발음)'의 공항에서 경찰이 연일 시위를 벌이며 내건 플래카드의 내용이다.

플래카드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렇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경찰과 소방관들은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 오신 분은 누구도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보도되지 않은 내전에서 경찰 60명이 숨졌습니다. 다른 경찰들은 당신의 안전한 체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월급 받지 못한 경찰과 소방관들!!!"

이 섬뜩한 문구들을 보면 리우올림픽에 가고 싶은 마음이 싸~악 가시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총기 사고가 난무하고 경찰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곳에 목숨을 걸고 가고 싶겠는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도 브라질 당국은 한 달 가까이 이들의 시위를 방치하다시피 하며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6월 27일부터 리우 데 자네이루 공항에서 경찰들이 월급을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세계 원자재값이 떨어지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자원부국인 브라질의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정부가 경찰과 소방관들의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예산이 바닥이 나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줄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은 임금체납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월급은 절반 밖에 받지 못했고, 다섯 달째 야근수당도 못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순찰을 위한 차량 연료와 장비, 용품 부족 등에 대한 문제도 한꺼번에 터졌다.

심지어 '경찰서에 화장지조차 없어 볼일도 못 본다'며 경찰들의 불만은 터져 나오고 있다. 리우올림픽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지만, 숙소는 범죄조직이 살벌한 빈민가 근처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샤워시설도 없어 씻을 수도 없고 침대 시트가 부족해 맨바닥에 담요를 깔고 자야 한다며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결국, 경찰들은 지난 6월 27일부터 아예 리우 데 자네이루의 관문인 국제공항 출입구에 수 십 명씩 진을 치고 월급을 달라며 파업과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는 연방정부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지우마 대통령 탄핵 문제와 정치인들 부패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정치권이 마비상태에 빠지자 이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림프종 진단을 받고 갑자기 물러나는 바람에 부지사가 대행을 맡게 됐지만, 이미 정계 은퇴를 결정했던 부지사는 재정위기를 풀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상황에 빠져 버렸다.

브라질 군경(Policia Militar) 특공대가 빈민가인 파벨라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새 총격전으로 인한 경찰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각)에는 리우 시와 다리 하나 사이인 니테로이시의 한 빈민가에서 마약밀매조직 수색작전에 참여한 30대 경찰관이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올 들어 숨진 61명째 경찰이다.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 데 자네이루는 '경찰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2015년에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숨진 경찰 사망자가 85명이었다. 이 가운데 63명은 비번일 때 살해됐다.

비번일 때 사망했다는 것은 주로 사설경비업무를 하다 숨진 경우이다. 브라질 경찰은 하루 종일 근무하고 다음날 비번인 경우에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처럼 경비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허용되고, 그 수입으로 월급을 보충한다.

브라질 시내의 대부분 건물 입구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권총을 찬 경비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강도 때문에 무장을 하고 건물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경찰이다.


그만큼 브라질은 치안이 문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 강도 사고가 수시로 발생한다. 총과 수류탄 등 중화기로 무장한 떼강도와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폭파사고도 잇따른다.

지난 4월 6일 상파울루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현금 수송 장갑차가 떼강도에게 털렸다. 중화기로 무장한 떼강도가 고속도로를 막은 채 현금수송 차량을 세운 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들은 차량을 폭파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다. 현금이 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송차량은 장갑차처럼 철갑과 방탄유리를 장착한 차량이지만 이런 경우 소용이 없다.

또 4월 4일에는 산투스시의 보안업체를 부수고 들어가 현금과 귀중품을 털어 달아났다. 3월에도 캄피나스시의 보안업체 건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현금과 귀중품을 달아난 사건이 잇따랐다.

2014년 깜삐나스시에 있는 삼성전자에선 20여 명의 무장강도들이 2백여 명이 일하는 공장안에 들어와 직원과 경비를 제압하고 트럭 7대 분량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을 털어 유유히 달아났다.

2015년에도 삼성전자 깜삐나스 공장에서 생산된 가전제품을 싣고 상파울루로 가던 트럭이 반데이란찌스 고속도로에서 2대의 승용차에 나눠탄 강도단에게 탈취당했다.

아직까지도 이 사건의 범인들이 경찰에 잡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브라질 강도들은 또 수시로 은행 근처에서 총기 강도를 일삼는다. 지난해 11월 세아라주의 브라데스코 은행에선 건설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2명이 직원들 월급 등 경비를 찾기 위해 갔다가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은행 안까지 들어온 떼강도에게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항하다 한 명은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브라질의 강도단은 경찰 못지않은 화력을 갖추고 전쟁 수준의 강도질을 일삼기도 한다. 때로는 경찰서를 습격해 무기를 탈취한다. 비공식적으로 강도의 총기 보유 숫자가 경찰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 근처를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이들은 주로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빈민가에 산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 약 1,800여 개가 있다. 파벨라는 주로 산등성이와 구릉지에 위치해있고 길이 미로처럼 얽혀져 잘못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따라서 강도들이 숨어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강도들은 빈민촌 안에서 각자 '군대'를 결성해 세력을 형성했다. 두목을 중심으로 이들은 일주일에 10억 원 대가 넘는 마약을 밀거래하며 돈을 번다. 두목은 호화롭게 산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여러 차례 파벨라에 대한 습격작전을 벌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알레멍 지역을 중심으로 탱크와 헬기를 타고 연인원 2만 명의 육해공군까지 참여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였지만, 아직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도 각종 강도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와 공공치안연구소(ISP)의 조사결과 올 들어 5월까지 리우 주(州)에서 발생한 강·절도 사건만 4만 8천 429건으로 집계됐다. 1시간에 13번꼴로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1∼5월에 리우 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2천 83건이었다.

경찰력이 부족한 리우올림픽 치안을 위해 브라질 군대가 동원됐다.
치안불안은 리우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브라질 연방정부는 군 병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리우 주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만 5천 명의 병력을 편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치안을 위해 동원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월급체납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항의하며 파업과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리우 시에서 근무하는 연방경찰도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8월 1일부터 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리우올림픽 개최일은 8월 5일. 이제 보름 남짓이면 열린다. 리우올림픽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6개국에서 만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브라질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연 브라질은 무사히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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