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수 옹, 김제 풍선(風船)장인 _브라질에서 천문학자는 얼마를 벌나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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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 뱃길이 복원되면 꼭 돛단배를 띄울 거여..." 새 정부가 호남운하를 건설하고 동진.만경강에 뱃길을 복원한다는 소식에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규동마을에 사는 돛단배 장인 강준수(82) 할아버지는 가슴이 설렌다.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돛단배에 몸을 싣고 옛 뱃길을 따라 강을 누빌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강 할아버지는 15살쯤부터 조부 밑에서 목수 일을 배워 일제강점기에 군산조선소에서 배를 만들었고 해방 후 풍선(風船.돛단배)도 제작했다. 젊을 적 김제 심포 앞바다를 오가는 목선을 제작.수리하고 돛단배도 만들었지만 이제는 기력도 떨어지고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새만금사업으로 목선 기술을 발휘할 기회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요즘 기술을 잊지 않기 위해 길이 50cm 가량의 전통 모형 돛단배를 만들고 제작과정을 꼼꼼히 적어놓는다. 먹줄과 대패를 이용하고 수작업으로 일주일에 겨우 작은 모형 배 한 척 만들지만 작업을 하면서 잊혔던 기술이 떠오르고 손에 힘도 절로 들어간다. 할아버지는 만경강과 동진강에 자신이 만든 돛단배를 띄우겠다는 마지막 소원을 떠올린다. "강에 멋진 돛단배를 만들어 띄울 거여. 옛 뱃길을 느릿느릿 따라가며 드넓은 들판과 강의 운치를 실껏 즐기게 할 거라고.." 그는 인생을 '돛단배의 항해'로 비유했다. "삶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순풍에 돛단 듯 순리대로 가야혀. 역풍에 돛을 대면 결국 넘어져 바다로 빠져버리잖아." 자신도 '순풍에 돛'을 달아 바람 따라 살아왔고 지금은 마지막 역풍을 맞는 시기인 데 그 끝이 보인단다. "거센 바람과 파도가 그치고 잔잔한 바람이 부는 때가 오고 있어. 나는 인생의 마지막 돛단배를 띄울 준비를 할 거여"라면서 할아버지는 돛단배 모형도를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