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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리스가 지난달 EU의 3차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죠.

그러나 그리스 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은 높아져만 가고 실물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길거리 무료 급식소는 끼니를 해결하려는 빈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에서는 내일 총선이 실시됩니다.

현 집권당과 전 집권당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안에 대한 평가가 선거 쟁점입니다.

문제는 누가 집권해도 지금의 총체적 난국에서 그리스를 구해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구제금융 협상 타결 한달, 그리스 상황을 우정화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자본주의를 타도하자, (정권에)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스 의회가 자리한 아테네의 중심지 신타그마 광장.

평일인데도 수 천명의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코 앞으로 다가 온 총선.

구제 금융에 반대하는 그리스 공산당이 주최한 집회입니다.

공산당 인사들은 시리자 정권이 3차 구제금융을 받아들여 그리스 경제가 파탄 났다며 EU 탈퇴를 역설했습니다.

<녹취> 디미트리스 코촘파스(그리스 공산당 사무총장) : “시리자 정권이 들어선 지 7개월 정도 됐습니다. 시리자 정권은 그 동안 국민들을 속여왔습니다.(개혁을 거부하고)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2차례에 걸친 구제 금융을 받고도 그리스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지난 6월말 2차 구제금융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면서 급기야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국민투표까지 동원해 채무 탕감을 요구하며 맞섰던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결국 EU 등 채권단의 요구에 굴복했습니다.

또 다시 빚을 내서 빚을 막는 최악의 상황, 재정 감축과 연금 축소 등 더 심해진 긴축의 고통도 감내해야 합니다.

<녹취> 알렉시스 치프라스(前 총리) : "이번 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은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당내 급진파 의원들의 반발로 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몰리자 치프라스 총리가 내각 총 사퇴를 선언해 다시 총선이 실시되게 됐습니다.

3차 구제금융이 몰고 온 이른바 개혁 정책에 대한 반감은 20, 30대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명문 아테네 국립대학교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사바니스씨, 졸업한 지 4년이 넘었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발표한 지난 7월 실업률은 25%.

사바니스 씨는 체감 실업률은 50%를 넘는다며, 3차 구제금융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스타마티오스 사바니스(실업자) : "정부에 더 이상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일자리는 개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극심한 실업은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테네 최대 규모의 중앙시장.

금요일 오후, 주말을 앞두고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어야 하지만, 한산한 모습 입니다.

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최소, 필요한 만큼만 산다며,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주부 : "연금 받는 액수가 줄었습니다. 그래서 시장 오는 횟수도 줄고, 돈을 쓰기가 힘듭니다."

<녹취> 마리오스(상인) : "8백~천 유로가 한 달 월세인데, 월세 내기가 힘들어 어렵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몰려있는 아테네의 번화가.

건물을 팔거나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위치가 좋고 사람들이 몰려 몇 년 전만 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이제는 옛 말입니다.

아테네에서 임대료가 비싼 지역 중 한 곳입니다.

경제위기 전에는 모든 곳이 들어차 있었는데, 이제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렇게 비어있는 곳이 많습니다.

아테네의 밤, 불이 꺼진 집들이 많아서 음산한 느낌까지 듭니다.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집이 많기 때문입니다.

4인 가정의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은 우리 돈 20만 원 선.

빈곤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겐 버거운 금액 입니다.

<녹취> 카타리나(아테네 시민) : "전기요금이 올라서 힘이 듭니다. 저는 전기요금을 낼 돈이 없어 못 내고 있습니다."

곳곳에 드리운 불황 탓에 끼니 해결도 어려운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점심시간, 무료급식소 앞.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실업자와 노숙자.

생활보호대상자 등 이곳에만 하루 5백여 명이 찾습니다.

다음 끼니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센터 측은 일자리가 줄면서, 특히 최근에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고 전했습니다.

긴축을 해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 입니다.

구제금융으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불황의 늪에 빠진 그리스 경제구조는 그대로 입니다.

산업의 90%가 서비스업에 몰려있고, 제조업은 5.7%에 불과합니다.

서비스업인 해운업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면서도, 대표적 제조업인 조선업은 몰락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 무역 적자가 쌓이고 있습니다.

GDP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지나친 공공부문 의존, 25%로 추정되는 지하 경제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3차 구제 금융도 먼저 빚을 갚는데 쓰일 것으로 보여 경제 살리기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녹취> 디미트리스 오티로포이로스(아테네 국민대 경제행정학 교수) : "경제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총선 이후 세금이 올라갈 것이고, 실제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더 큰 경기 불황이 찾아올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전국 선거를 내일 치릅니다.

문제는 누가 집권해도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불황이 장기화돼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줄어들어 다시 불황이 심화되는 악순환의 경제 구조.

이번 총선으로 등장할 그리스 새 정부는 EU가 요구하는 개혁을 실천하면서 이런 경제를 살려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합니다.

현 집권당인 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하던지 그 전 집권당인 신민주당이 승리하던지,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