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감독, ‘천 만’ 배우에도”…여름 한국영화 왜 부진했나_포커 챔피언십 리우데자네이루_krvip

“흥행 감독, ‘천 만’ 배우에도”…여름 한국영화 왜 부진했나_가짜 물레를 얻은 사람_krvip


[신지혜 / KBS AI 앵커]

여름철 한국 대작 영화들의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관객 수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도 있었지만, 수백 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나왔는데요.

코로나 이후 부활을 노리던 한국 영화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신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려시대와 현재, 먼 미래의 외계 이야기까지 시공간을 화려하게 넘나드는 공상과학 판타지 영화 '외계+인(1부)'. '타짜' '도둑들' 등 히트작을 만들어온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자, 류준열·김우빈·김태리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해 관객들의 기대가 컸었는데요.

개봉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난 8월 25일 기준, 관객 동원은 150만 명대에 그쳤습니다.제작비 330억 원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730만 관객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입니다.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비상선언'도 마찬가지. 배우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 초호화 캐스팅과,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한재림 감독의 야심작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개봉 한 달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관객 2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역시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대를 넘어서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다룬 '한산: 용의 출현'은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600만을 넘었지만, 전작 '명량'의 1700만 돌파 기록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합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액션물 '헌트'의 경우 8월 말 현재 관객 수가 300만 명대로, 역시 손익분기점 420만 명에 도달하기까지 뒷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이번 한국영화 '빅4'는 영화 시장에서 대목인 여름 시즌 기준으론 소위 '대박'이 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와 같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대거 흥행한 작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흥행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던 걸까요. 관객과 전문가들은 스토리와 연출 등 '영화 자체의 문제점'과 외적 요인, 즉 '콘텐츠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지목합니다.

첫째, 영화 스토리가 복잡하고 연출이 진부하게 느껴졌다는 지적입니다.

심영섭 / 영화평론가
"외계+인(1부) 같은 경우는 (스토리가) 약간 혼란스럽다는 얘기도 있고. 캐릭터도 되게 복잡하고요. 그것을 퍼즐처럼 관객이 끼워 맞춰서 보기에는 영화의 캐릭터, 재미, 장르 모든 것이 모호하고 부족한 것이죠. (흥행하려면) 분명한 색깔을 갖추고 있고, 영화적인 어떤 스케일과 쾌감이 있어야 하는 거죠."

영화 전공 관객 A씨 / 영화 '비상선언' 관람
"전반부까지는 되게 흥미롭게 극을 이끌어나가더라고요. (그런데) 되게 신파적인 걸 제가 애초에 좀 안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울음을 유도하려는 연출들이 영화 속에 있거든요. 예를 들어 (재난 상황 시 생의) 마지막에 할 것 같은 그런 고백들 있잖아요. '매우 아쉽다'라는 게 저의 감상평이고요."

특히 주 콘텐츠 소비층인 청년 세대가 보기에 '재미도 여운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대 관객 B씨 / 영화 '외계+인(1부)' 관람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가서 봤는데, 사실 재미있을 만한 요소는 워낙 많았는데 그게 좀 잘 안 섞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할리우드 영화나 아니면 마블 히어로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을 가져와서, '한국에서 이런 영화 만들 수 있네'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감상을 조금 못 줬던 것 같은데."

둘째,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데다 고물가 시대로까지 접어든 지금, 콘텐츠 시장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즉 OTT의 약진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황진미 / 영화평론가
"OTT 시장도 그냥 단순히 공중파 (프로그램) 좀 받아가지고 틀다가 영화 몇 개 끼워가지고 파는 식이 아니잖아요. 지금 자체 제작도 하고 OTT들끼리의 경쟁이 또 많잖아요. 이제 혼자 집에서 (콘텐츠를) 보는 거에 익숙해졌고,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봐야 된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많이 줄어드는 거죠."

더욱이 티켓 값도 비싸짐에 따라, 이제 콘텐츠 소비자들은 예민하고도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관객들의 '입소문 검증'을 거쳐 영화적 쾌감을 확실하게 줄 수 있다고 평가받는 작품만이 살아남게 되는 것입니다.

오동진 / 영화평론가
"왜냐하면 (영화 티켓) 가격이 1만 5천 원인데, 나랑 친구·여자친구랑 가면 3만 원인데다가 팝콘 먹고 끝나고 밥 먹으면 10만 원 쓰는 건 금방이에요. 이제 관객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봐야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온 거예요."

물론 어떤 한 영화의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티켓 수입 말고도 '2차 시장', 즉 판권 수출 및 OTT 진출 등으로 벌어들이는 추가 수입까지 함께 산정해봐야 합니다.

누적 관객 수만으로 영화의 손해 여부를 단정짓는 건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역으로 영화 제작사가 2차 시장에서의 성공까지 고려한다면, 질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더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찬일 / 영화평론가
"(이번 빅4 영화에서 드러난) 영웅 서사의 해체가 관객들한테는, 대중적인 성공에는 마이너스 요인이에요. (관객들은) 여전히 영웅을 원하고 선악 구분을 원해요. (미학적) 수준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많은 관객을 만나느냐를 고민해야죠. (장르성 상업 영화지만) 마블 영화 보고 있으면 어떤 작품은 꽤 괜찮다는 평가도 받아내잖아요."

또한 "감독과 배우의 스타성에 기대기보다는 중·저예산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참신한 영화들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윤성은 / 영화평론가
"중저예산 영화들을 통해서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또 신임 감독들이 육성돼야 합니다. 스타 감독이나 스타 캐스팅만으로 고예산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산업적인 리스크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죠."

하반기 한국영화가 여름의 부진을 딛고 지난 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처럼 흥행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대문사진: 원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