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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당시 금강에 유입됐다 충남 서천군 앞바다까지 도달한 부유 쓰레기
지난 14일, 충남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습니다. 부여에 시간당 11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마을을 덮쳤고, 청양에도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정부가 지난 22일, 충남 부여와 청양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만큼 피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집중호우가 그친 뒤 범람한 물이 다량의 쓰레기를 끌어안은 채 금강에 유입됐고 이 쓰레기들은 강을 타고 금강하굿둑을 넘어 바다로 유입됐습니다. 지자체가 추산한 양만 500t이 넘었습니다. 막대한 부유 쓰레기가 바다를 덮쳤고 관계기관이 모여 이 쓰레기를 치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기관도 선뜻 나서질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쓰레기들은 바다를 오염시켰고, 어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집중호우 발생 이틀만인 지난 16일 금강 하류 인근에 쌓여 있는 쓰레기.
■금강 하구로 몰려든 쓰레기

집중호우가 마을을 덮치고 이틀이 지난 16일,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에 부러진 나무와 폐플라스틱, 생활 쓰레기 등이 금강 본류를 타고 들이닥쳤습니다. 드넓은 금강 하구의 수면을 뒤덮을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습니다. 범람한 물과 쓰레기들이 하천을 타고 75km 거리에 떨어진 금강 하구에 도달한 겁니다.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를 경계로 설치된 금강하굿둑.
금강 하구와 바다는 1,841m 길이의 금강하굿둑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하굿둑에 수위가 차오르자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은 갑문을 개방했고, 쓰레기들은 갑문 넘어 서천과 군산 앞바다로 떠내려갔습니다.

금강하굿둑에서부터 바다로 수 킬로미터 가량 띠처럼 흘러들어오는 쓰레기.
■부유 쓰레기는 ‘쓰레기 섬’으로 변했다

이 쓰레기들을 추적하려 장항항에서 배를 빌려 바다로 향했습니다. 금강하굿둑 갑문 인근에 이르자 수 km에 달하는 긴 띠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기다란 띠에 다가가자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하굿둑을 타고 바다로 향하는 다량의 쓰레기가 띠를 이룬 겁니다.

부표와 뒤엉켜 있는 부유 쓰레기.
바다 방향으로 더 나아가자 이 쓰레기들은 밀물과 썰물을 타고 원래 바다에 있던 부표와 어망들과 뒤엉키면서 덩어리처럼 뭉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덩어리들이 또 뭉쳐지면서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변했습니다. 어민들은 이 쓰레기가 서천과 군산 앞바다를 돌며 어망을 망치고 어선과 충돌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쓰레기 섬과 충돌해 어선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은 어민 임강혁 씨.
25년간 서천군 장항항에서 어업을 해온 임강혁 씨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떠내려온 것은 처음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조그만 섬들이 떠밀려 내려오는 정도인 줄 알았다”며 “그 쓰레기들이 정박한 배를 덮치면서 배가 뒤집어졌고, 폐선을 처리한 어민도 있다”고 말합니다. 어민들이 치우고 또 치워도 이 쓰레기 섬들은 끝없이 방파제와 항구로 밀려들었습니다.

금강하굿둑 갑문 내부에 떠 있는 각종 생활 쓰레기.
■해양오염 심각.. 생계까지 위협

금강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특성 때문에 생태자원의 보고라 불리는 곳입니다. 박대와 물메기부터 남태평양에서 금강으로 향하는 값비싼 실뱀장어까지 모두 금강 하구에서 만날 수 있는 어족자원입니다. 특히 철새인 고니부터 개리, 노랑부리백로까지 천연기념물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금강 상류에서부터 떠내려온 수초 더미.
여기에 쓰레기들이 유입돼 섬을 이루고, 또 가라앉아 썩고 산란처를 훼손하면 해양생태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장 어민들의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국립생태원부터 지자체들이 금강 하구의 생태계 복원을 주창하고 있는 와중에 집중호우로 유입된 이 다량의 쓰레기들이 환경오염을 일으켜 복원은커녕 훼손될 위험이 커진 겁니다.


■누군가 치워야 하는데 누구도 나서질 않는다

500t이 넘는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됐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서둘러 치워야 합니다. 문제는 이 쓰레기 섬을 누가 치울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금강 하구는 무려 7개 기관으로 관할 책임이 나뉘어 있습니다.

금강 하구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금강 상류와 본류는 금강유역환경청, 금강하굿둑은 한국농어촌공사, 앞바다는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이 관할 합니다. 여기에 행정구역은 금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충청남도와 서천군, 남쪽은 전라북도와 군산시로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쓰레기가 말 그대로 어디에 떠 있느냐,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책임기관이 달라지다 보니 쓰레기 이동 경로만 바라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예산문제와 인력 한계, 선박 등 장비 문제 등으로 처리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천군 문예의 전당에서 진행된 금강하굿둑 부유 쓰레기 수거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회의.
결국, 지난 18일 7개 기관이 모여 ‘금강하굿둑 부유 쓰레기의 수거 처리방안’에 대한 관계기관 회의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차 서로 예산과 인력 문제로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하는 문제가 벌어집니다. 그러는 사이 이미 쓰레기는 바다로 떠내려가 버렸고, 어민들이 나서서 치우는 상황에 이릅니다.


■법에서 정한 책임, 이 핑계 저 핑계만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 쓰레기 섬 문제, 그런데 법에선 규정을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환경부 법령인 ‘물환경보전법’을 살펴봤습니다. 법에 정의한 책임자는 ‘수면관리자’라고 합니다. 둑과 보, 댐을 ‘호소’라 통칭하고 이 호소에는 수면 관리자가 있어야 합니다.

또, 법 31조에는 ‘수면 관리자는 호소 안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해당 호소를 관할하는 자치단체장은 수거된 쓰레기를 운반, 처리하라’고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수면 관리자와 지자체는 쓰레기 운반과 처리 주체를 정하고 비용을 분담하는 협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해놨는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환경부장관에게 조정을 신청하도록 했습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인근 방파제에 부유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그래서 금강 하구의 수면 관리자가 누구인지 환경부에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환경부 측은 7개 기관이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말만 연거푸 반복할 뿐 수면 관리자가 누구인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기관에서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였습니다.

물환경보전법.
군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자치단체와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수면관리자 지정부터 안 돼 있다 보니까 구심점이 없는 것 같다.”라며 “해양 쓰레기를 환경관리공단 상황선 1척이 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그나마 서천군에서 장비와 인력 도움을 받아 장항항 도선장의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은 “하굿둑 자체가 수문만 개방해 상류부의 수위만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 쓰레기를 처리할 능력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굿둑 주변에 쌓이는 쓰레기만 정리하는 단순한 예산만 있고, 상류부에서 내려오는 다량의 쓰레기에 대한 수거 대책을 할만큼의 예산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금강 전체를,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를 관할하는 금강 유역환경청에도 정식 인터뷰를 요청해봤지만, 환경청 측은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떠내려온 수초 사이에 폐타이어부터 스티로폼, 마대 자루 등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는 모습.
■예방할 기회 있었지만 반복된 문제

집중호우로 인한 금강 하구의 쓰레기 유입문제, 불과 오늘 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에도 집중호우로 금강 상류인 용담댐에서 초당 2,500t의 물을 방류하는 등 수해가 발생해 금강에 많은 쓰레기가 유입됐었습니다.

2020년 8월 작성된 서해안기후연구소 보고서.
충남연구원과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가 펴낸 조사보고서인 '재해성 해양부유 쓰레기 발생특성 및 정책대응 방안' 자료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2020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서천군 해안가에만 1,000t이 넘는 재해성 쓰레기가 유입됐습니다. 연구원들이 이 쓰레기를 수거해 상표 등을 역추적했더니 충북 음성과 전북 군산, 대전시 등 타 지자체에서 쓸려온 쓰레기로 확인됐습니다.

연구소 측은 쓰레기 책임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제안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처리비용 분담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환경부의 하천 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에 수거처리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바다로 퍼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쓰레기가 분산되므로 드론이나 차단막을 활용한 수거 대책도 제안됐습니다.

2020년 보고서에도 ‘처리비용 분담에 근본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기술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안과 대책 이번 수해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더욱이 2020년 수해가 벌어져 쓰레기가 유입됐을 그 당시에도 7개 기관이 모인 관계기관 회의까지 열렸습니다. 문제에 대한 예방할 기회가 있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똑같은 일이 2년 만에 반복됐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과 인력, 그리고 장비를 누가 책임지고 누가 나서야 하는지 결정되지 못한 겁니다.

쓰레기 문제를 토로하는 충남 서천군어민회장과 어민.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국지적 집중호우는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는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어민들은 말합니다. “이 쓰레기 섬 문제가 해마다 반복된 일인데 항만청은 항만청대로 지자체에다 일임하고 또 지자체는 항만청에 일임하고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어민들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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