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의 무한 변신, 공간의 재구성…‘마이크로 아파트’ 인기_포커에서의 수학적 응용_krvip

가구의 무한 변신, 공간의 재구성…‘마이크로 아파트’ 인기_내기 연도_krvip

<앵커 멘트>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살아보고 싶은 도시 1순위로 꼽히는 뉴욕은 집값이 비싸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죠.

그래서 널찍한 주거 공간은 꿈꾸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독신 남녀나 이혼이 꾸준히 늘면서 주거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한정된 주거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겠죠.

그런 필요에 맞춘 것이 이른바 마이크로 퍼니처, 공간은 최소한만 차지하면서도 2~3 가지의 기능을 하는 그런 가구들입니다.

가구의 무한 변신인 셈입니다.

그런 가구들을 설치한 소형 아파트를 미국에선 마이크로 아파트라고 부르는데요.

미국의 대도시에서 이 마이크로 아파트가 선풍적인 인기라고 합니다.

이주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복잡한 도로와 인파.

그 사이로 걸음을 재촉하는 뉴요커들, 전형적인 뉴욕의 모습 입니다.

뉴욕 중심 맨하탄 한복판의 아파트.

보기에는 낡았지만 너무 비싼 가격 탓에 젊은이들은 감히 살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최근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46제곱미터, 14평 규모에 방 하나 거실 하나, 화장실이 딸려 있는 지극히 평범한 구조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벽.

하지만 옆으로 밀면 그 뒤에는 주방기구를 올려놓은 선반이 숨겨져 있습니다.

덩그러니 아무 것도 없는 방, 손잡이 하나로 벽은 침대가 됩니다.

최대 8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선 다양한 작업도 가능합니다.

<인터뷰> 로베르 가너(디자이너) : "이곳은 식탁이자 부엌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이렇게 식탁을 높여서 큰 작업대로 사용할 수 있고요, 여기를 열면 bar이자 또 하나의 찬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홈 오피스도 되고요."

버튼 하나로 높낮이 조절도 가능해 준비된 요리를 같은 높이의 식탁으로 옮겨 놓고, 이를 낮추면 바로 앉아 식사가 가능합니다.

혼자 사는 집에 불쑥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죠? 방은 달랑 한개 뿐인데 어떻게 손님을 재워야 할까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실에 있던 소파는 손님의 잠자리로 바뀝니다.

홀로사는 집 주인 도로시는 2년전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인터뷰> 도로시(집 주인) : "공간을 이렇게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게 놀라웠어요. 실제 공간은 크지 않지만 크게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가구, 이른바 마이크로 퍼니쳐는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파가 침대로 변하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최근들어 기능과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15제곱미터, 5평도 안되는 작은 방, 벽에서 침대가 나오더니..

이층 침대까지 어느 새 침대 4개가 방을 메웁니다.

자녀 4명의 침실로 바뀐 겁니다.

나무 상자 2개를 붙여 놓은 듯한 박스를 잡아 당기면, 12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으로 변신합니다.

대형 유리장을 돌리면 신발장이 나오고..

이렇게 거울을 당기면 7칸의 신발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높이 조절이 가능한 응접실 테이블은 작업 책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자유자재로 로봇으로 변하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키는, 가구의 무한 변신입니다.

<인터뷰> 테레사 과다노(손님) : "나는 조그만 아파트에 살았어요. 딸도 그랬고요. 그래서 우리는 공간을 똑똑하게 활용할 방법을 늘 강구했어요. 여기 가구들은 정말 훌륭해요, 디자인도 좋고 똑똑하네요."

육중해 보이는 침대지만 여성이 손 하나로 움직일 수 있을만큼 다루기도 쉽습니다.

1석 2조의 가구 덕분에 공간 활용은 물론, 탄소 배출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인터뷰> 론 바스(가구 회사 대표) : "(마이크로 퍼니처는)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 감소에도 효과적입니다. 동시에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좁은 공간에 이같은 다목적 가구를 설치한 이른바 마이크로 아파트는 인구 밀도가 높은 대 도시에 특히 효율적입니다.

미국에선 서부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동부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디씨와 클리블랜드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해 냈습니다.

미국내 독신 가구 숫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1960년, 10%를 넘어선 미국내 독신 가구는 50년새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독신 남녀와 함께 이혼 가정이 급증한데다, 수명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블룸버그(2012년 당시) : "(마이크로 아파트는) 대 도시, 특히 집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로 골치를 앓는 도시를 위한 조처입니다. 문제 해결에 첫 단계가 될 겁니다."

건축 방식도 독특합니다.

아파트 한 채를, 벽돌 쌓듯 차곡차곡 올려놓는 식으로 건설하는 방식 입니다.

한달 예상 렌트비는 37제곱미터, 11평 기준으로 9백40에서 천 8백 달러 사이..

비슷한 크기의 주변 아파트의 절반 수준입니다.

주택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능력있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존 인프랜카(보스턴 서폭대 교수) : "비싼 집값 때문에 도시를 탈출하는 전문직 종사자나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을 붙잡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아파트가 완성되면 저소득층이 몰려들면서 아파트 주변이 더욱 복잡해 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웃 주민들에겐 슬럼화도 걱정입니다.

<인터뷰> 새라 왓슨(뉴욕 주택 위원회) : "마이크로 아파트를 통해서 기존의 규제를 하나씩 없애는 동시에 과연 이같은 작업이 효과를 거둘지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거죠."

똑똑한 가구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전통적인 주거형태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온 건 분명합니다.

더불어, 도시 전체의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을지 그 실험이 이제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