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어린이보호구역…단속 유예에 속도 완화까지_포커에서 경쟁하는 방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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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대전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9살 배승아 양이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과 대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행 과정에서는 슬금슬금 완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곽동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대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 왕복 2차선 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꽉 찼습니다.

주·정차 단속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전광판에 흐르고 있지만 인근 상인의 말은 다릅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학교가 있던데 (주차) 괜찮아요?) 점심에는 단속 유예거든요. 2시까지."]

벌써 4년째, 단속을 안 했습니다.

배승아 양 사망사고를 계기로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점심시간 주·정차 단속 재개만큼은 어렵다는 게 대전시 입장입니다.

[대전시 관계자/음성변조 : "지역 주변 상권에 있는 상인분들의 민원, 이런 것들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이른바 '민식이법'을 만들게 한 김민식 군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아산시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주·정차가 금지된 구역입니다.

하지만 안내 문구 앞에 버젓이 차를 대놨습니다.

저학년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어른들의 점심시간과 맞물리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음성변조 : "학원 가려고 건널목을 건넜는데 차가 와서 치일 뻔한 적이 있어요. 놀랐어요."]

인천과 광주, 울산 등 상당수 지자체가 같은 이유로 점심시간 단속을 미루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15분 주·정차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취약한 안전 의식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음성변조 : "15분 주·정차 금지 안 한대, 단속. 15분 안에만 차 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 하반기부터 밤 시간대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km로 올리는 사업도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시행됩니다.

단속유예부터 속도 완화까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많지만 정작 어린이 안전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KBS 뉴스 곽동화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