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은 기대수명만큼 늘지 않아…연금 늦어지면 생길 재앙 [국민연금]⑨_영감 파티 카지노 복장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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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때문에? 멀어져 가는 연금 개혁

올해는 5년에 한 번 하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한 해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에 들어간 만큼 16년 동안 하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이 올해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그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다가올 총선이 연금개혁을 가로막았다. '연금 개혁=여론 악화'라는 관념 때문인지, 연금 개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2기 연금특위는 특별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민생 우선이란 기치는 구호로만 난무할 뿐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연금제에 손 대지 말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국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법적 책임이 있는 정부도 함께 몸을 사리는 분위기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는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핵심은 '더 내고(보험료), 늦게 받고(수급 연령), 그대로 받자(소득대체율)'는 것이다 보니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떠나 가입자인 국민들은 화가 날 만한 개혁안이다. 재정계산위원회 안이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고 국회의 입법 과정도 거쳐야 하는 절차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은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 현실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최대 68세로 늦춘다면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보탬이 되겠지만, 연금 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중하위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인의 건강수명 66.3세...기대수명만큼 늘지 않는다

기대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으니 연금을 받는 나이도 늦춰야 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매우 합리적인 주장이다. 연금제를 도입한 1988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0.65세였는데 2020년 기준 기대수명은 83.5세로 약 13살이나 늘었다.

자료: 통계청
그러나 기대수명이 느는 만큼,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나이 즉 건강수명은 늘지 않는다. 건강수명을 파악하기 시작한 2012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87세, 건강수명은 65.70세였다. 그러나 2020년 기대수명은 83.50세, 건강수명은 66.30세이다. 기대수명이 약 3세 느는 동안 건강수명은 0.6세밖에 늘지 않았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자산을 팔거나 모아 둔 돈을 써야 한다. 그런 게 없으면 일을 해야 한다. 일하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평균 65세라는 얘기다. 만약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늘리게 되면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노인들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의료기술의 발달은 생명을 연장시켰을 뿐 아직 건강한 노후까지 보장하지는 못했다.

■ 가난한 사람은 더 일찍 사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모아 둔 돈이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이다. 건강수명을 다시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결과는 더 참혹하다. 소득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소득 5분위 노인의 경우 건강수명이 72.2세에 달한다. 그러나 반대로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노인의 건강수명은 60.9세에 불과하다. 2분위 노인(하위 40%)도 65.3세이다. 이처럼 저소득층 노인의 건강수명은 현행 국민연금 수급 연령 개시 나이인 65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이를 더 미룬다는 것은 몸이 아픈 노인에게 소득 없이 몇 년을 더 버티라는 뜻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제도가 된다.

자료 :  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보고서 / 연합뉴스 기사 발췌
이미 국민연금의 급여액은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대다수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연금수급액은 60만 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이 상위 소득계층의 노후소득만 보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3년 더 올리면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의 소득 보장성은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평균수명이 84세로 보면 65세부터 19년 동안 연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3년 줄이면, 연금급여는 16% 깎이는 셈이다. 그나마 이 수치는 평균값이다. 역시 소득수준별 기대수명을 따져보자.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소득 1분위(저소득) 노인의 기대수명은 78.6세로 연금 개시 연령이 3년 늘어나면 연금 수급 기간이 10.6년으로 짧아져 연금액이 22.1% 삭감된다. 그러나 소득 5분위(고소득)의 노인은 17.1년으로 줄어 연금 수급액은 14.9% 깎이는 데 그친다. 따라서 가뜩이나 노후소득이 부족한 저소득층 노인의 보장성이 더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3년 연장 시 급여삭감 비율 / 자료 :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아프고 병든 노인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늘리게 되면 평균 소득 이하 노인들의 노후에 직격탄을 날리게 될 게 뻔하다. 통계청 수치로만 보면 소득 1분위 노인의 경우 이미 몸이 아프고 병들기 시작한 후에 연금을 받기 시작해 고작 10년을 받다가 사망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의 법정 은퇴연령은 만 60세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50세에 미치지 못한다. 원래 직장에서 퇴사하게 되면 소득이 끊기거나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이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적게는 8년, 길게는 18년 동안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사람한테 연금마저 주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최근 대형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다. 진보 진영에서도 정년이 연장된다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추는 게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년이 보장되는 대기업 노동자에 국한된 상황일 뿐 고용 안정이나 소득 격차가 큰 한국의 노동환경에서 국민연금의 소득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것은 취약계층을 더욱 벼랑으로 내모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공적연금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노인이 은퇴 이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평균 연금 급여 수준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고 겨우 빈곤선을 지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까지 늦추는 개혁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촘촘한 복지체계로 평생 든든한 소득을 유지하는 그런 나라들과 한국을 단순 비교해서는 매우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