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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피숍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이른바 '사장님'들도 세들어 있는 건물의 주인에게는 '세입자'가 되는데요.

서울의 상가세입자들은 한 곳에서 평균 1.7년 밖에 영업을 못한다고 합니다.

한 해가 다르게 오르는 임대료도 문제지만, 재건축을 해야하니 그냥 나가달라는 건물 주인의 요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상가세입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비워줘야만 하는 사정.

그리고, 해결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엄홍섭씨는 20여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다 지난 2011년 커피전문점을 열었습니다.

보증금 4800만원에 월 임대료 230만원, 인테리어에 7천여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전 상가세입자에게 권리금으로 1억 6천 2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인터뷰> 엄홍섭(상가세입자) : "내 퇴직금하고 그 다음에...은행 융자하고집사람이 저축한 거 이런 거 다 모아가지고 했죠...요거 하는데 2억8천만 원 들었어요"

단골도 하나 둘 생기며 자리를 잡아가던 지난 2013년, 느닷없이 건물을 재건축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엄홍섭 : "정확하게 2년 계약하고, 2년 만에... 저희가 퇴거 통보를 받았고요 (원래 계약은 몇년으로 하셨습니까?) 원래 계약은 1년 단위입니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건물주가 재건축을 한다고 하면,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나가야합니다.

엄 씨는 재건축을 끝낸 다음에라도 다시 들어오게 해달라고 건물주에게 부탁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인터뷰> 엄홍섭 : "그쪽에서는 당신은 재임대를 해줘도 월세가 많이 올라갈 거니까 당신은 장사할 수가 없다..."

같은 건물에 세들어 장사를 하던 9곳의 상가세입자들도 건물주의 독촉을 견디다 못해 하나둘 상가를 떠났습니다.

엄씨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못떠나겠다고 버티던 엄씨에게 갑자기 수십여명의 용역회사 직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명도소송에서 이긴 건물주가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법원 집행관이 떠난 뒤에도 용역업체 직원들의 철거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가게 전면에 설치돼 있던 커피 부스컨테이너를 강제로 떼갔습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 달 16일, 법원은 해당 컨테이너를 철거하게 해달라는 건물주의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녹취> "(비어있습니까?) 네, 비어있구요. 이쪽에 이런 게 있고...(원래는 용도가?) 우유나 이런 게 다 들어있었죠."

엄씨에게 남은 선택은 사실상 보증금 4천여 만원을 돌려받고 떠나는 것 뿐입니다.

<인터뷰> 엄홍섭 : "사실은 건물주가 계약할 때, 재건축 한다고 그러면 누가 2억8천만 원을 투자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재건축 안한다고 하고 5년이고 10년이고 장사하라고 그랬으니까..."

만약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에 계약했다면, 환산보증금이 4억 원보다 적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받아 계약기간을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건물주는 1년마다 월세를 50만 원씩 올리고 2년뒤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300만 원이 되면 해당 상가세입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습니다.

일부 건물주들은 이런 법의 허점을 이용합니다.

<인터뷰> 상가 임대 전문가 : "바닥권리금들이 상당히 높은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닥권리금이 최대 3-40억씩 있기도 하고. 그런 건물들을 구입을 해서 (이런 제도를) 악용을 해서 재건축을 한다는 내용으로 악용을 해서 3년에 걸쳐서 세입자를 다 내보냅니다."

재건축을 한 뒤엔 이전 보다 두 세배 이상 오른 임대료를 받거나 수억 원의 권리금을 건물주가 직접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재건축을 한다고 세입자를 나가라고 한 뒤에 실제로는 재건축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홍대앞 건물에서 15년 동안 주점을 운영해온 정 모씨는 건물주에게 갑작스런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00(상가세입자) : "자기네들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97년 12월부터 시작했어요. 그래가지고...2012년 3월에 나왔죠. "

새 건물을 지은 뒤에 들어오고 싶다면 당시 내던 돈보다 3배 이상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보증금도 6배나 오른 액수를 요구받았습니다.

<인터뷰> 정 00 : "그사람들이 제의하는 게 지어서 하려면은 (보증금) 10억에 (월세) 1800만원을 내고 하라. 그래서 저희는 그렇게 못하겠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재건축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건물주 : "재건축하려고 설계를 다 받고 했거든요. 그랬는데, 시공하려는 사람이 선정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있는 상태에서 하는 게 낫겠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건데요."

재건축 때문이라는 말에 권리금도 포기한 채 가게를 비워준 정 씨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뷰> 김영주(변호사) : "현행법으로는 그것이 특별히 불법 행위로 성립한다라고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나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이같은 피해를 막기위해 여당과 야당에서 각각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여당에선 건물주가 바뀌거나 환산보증금 기준이 4억원을 초과해도 최소 5년의 장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10년간 장사를 보장하고, 모든 점포에 연 9%까지만 임대료 인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인숙(참여연대 팀장) : "그 기간(5년) 안에 투자한 돈이나 권리금 같은 것들을 다 회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영업가치를 좀 보장하는 측면에서 계약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좀 늘리는..."

하지만, 지난 해 발의된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가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이 더뎌지는 사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몇해동안 가장 임대료가 많이 오른 지역중 하나인 서울 경리단길입니다.

지난해 10월 건물의 주인이 바뀌면서 이곳의 상인들 역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건물을 재건축해서 아들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녹취> 상가세입자 : "본인 아들 장사시키겠다고 애초에 통보하고 그 목적으로 산 거니까..."

권리금은 물론 수년 간 장사해온 터전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새 건물주는 상인들이 다른곳에서 장사를 할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녹취> 상가세입자 : "(100%만족은 못하시고?)그렇지요. 서로 100%를 어떻게 맞추겠어요? (그럼 언제쯤 나가십니까?) 5월 8일요. (처음엔 그 권리금 하나도 못받을 뻔 했을 때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진거죠, 조건이?) 그렇죠. 그때는 하나도 못받는다 그래서 좀 그랬죠."

쫓겨나듯이 생업의 터전을 떠나야했던 경우보다는 그나마 나아진 겁니다.

<녹취> 상가세입자 : "(건물주가 본인의) 의도하고 달랐다... 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건 싫다고 그러고 빨리 협의가 돼버린거예요."

상가세입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건물주도 대화에 나서면서 최악의 결과는 피하게 됐습니다.

결국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건물주와 세입자가 갑과 을이 아닌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인식을 같이 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