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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

지난 4일 경찰청은 '흉악범죄 대응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급박한 상황에서는 공포탄 등 경고사격 없이 곧바로 실탄을 사용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분위기는 담화문의 엄포와는 사뭇 달랐고, 일선 경찰관들은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한 경찰관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한 익명 사이트에 "총기 사용하라네요 청장님께서. 총은 '던지는 것' 아닌가요? 저는 돈이 없어 민사 걸리면 감당 안 됩니다. 과연 쏠 수 있을까요"라고 자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과거 경찰관이 총기를 잘못 사용했다가 위법한 사용이었다는 이유로 처벌되거나 거액의 배상을 하게 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 경찰, 총기 사용은 '다른 수단이 없을 때만'

우선 경찰의 총기 사용은 법령상으로도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범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총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경우라도, 법은 '형법상 정당방위와 긴급피난' 내지 다음의 경우로 총기 사용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 제2호
1.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2. 체포·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3. 제3자가 1, 2에 해당하는 사람을 도주시키려고 경찰관에게 항거할 때
4. 범인이나 소요를 일으킨 사람이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이나 항복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아니하면서 계속 항거할 때

이런 행위를 방지하거나, 행위자를 체포하기 위해 총기 사용 없이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비로소 사용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범죄의 종류, 죄질, 피해법익의 경중, 위해의 급박성, 저항의 강약, 범인과 경찰관의 수, 무기의 종류, 무기 사용의 태양, 주변의 상황 등을 고려해 사회 통념상 상당하다고 평가되는지 여부에 따라야"한다고 보고, " 특히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큰 권총의 사용에 있어서는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더라도, 경찰관이 급습당하거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는 등 상황이 급박해 경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구두 또는 공포탄 사격으로 상대에게 경고해야 합니다.

또한 피격자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대퇴부 이하로 사격해야 하고, 총기 또는 폭발물을 가지고 대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4세 미만자 또는 임산부에 대해 총기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총기사용의 경고)
경찰관은…사람을 향하여 권총 또는 소총을 발사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구두 또는 공포탄에 의한 사격으로 상대방에게 경고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부득이한 때에는 경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경찰관을 급습하거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고 있는 등 상황이 급박하여 특히 경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제10조(권총 또는 소총의 사용제한)
①경찰관은…권총 또는 소총을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범죄와 무관한 다중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권총 또는 소총을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방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다.
②경찰관은 총기 또는 폭발물을 가지고 대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4세 미만의 자 또는 임산부에 대하여 권총 또는 소총을 발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 총기 썼다 사망 땐 책임 못 피해…형법 제정 이후 정당방위 인정 '14건'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총을 맞은 사람이 결과적으로 사망한 경우엔 사실상 법적 책임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을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방안' 논문에 따르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경찰의 총기 사용으로 시민이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는 거의 없습니다.

2001년 "남편이 집에서 칼로 아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등 몸싸움한 남성에게, 동료 경찰관이 공포탄 1발을 발사한 후 경고하고 실탄을 발사한 사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당방위가 인정된 정도입니다.

해당 남성은 시 씨름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건장한 체구였는데, 정작 칼을 갖고 있진 않았습니다. 남성은 경찰의 총을 맞은 후 일주일 만에 간 파열로 인한 패혈증 등으로 숨졌고, 검찰은 경찰관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 2심은 경찰관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2004년 대법원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남성이 칼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공포탄 1발을 발사하여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동료 경찰관 몸 위에 올라탄 채 계속해 폭행하고 있었고 또 그가 언제 소지하고 있었을 칼을 꺼내 공격할지 알 수 없다고 경찰관이 생각하고 있던 급박한 상황에서 동료 경찰관을 구출하기 위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이러한 권총 사용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4 제1항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거나 업무상과실치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 2003도3842)

이런 일선의 우려 때문일까요.

법무부는 지난 7일 "경찰 등이 흉악범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다 오히려 경찰이 입건되는 등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당행위·정당방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적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찰의 기소 재량권을 이용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에서의 물리력 행사는 사실상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라는 겁니다.

물리력 행사의 범위가 총기 사용에 국한될지, 아니면 그보다 넓은 범위를 말하는지는 따져 봐야 할 대목입니다.


■ 문제는 민사소송…'혐의없음' 불기소돼도 배상은 별개

하지만 경찰관의 총기 사용으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형사상 면책과는 별개로 당사자나 유족이 해당 경찰관과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경찰관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2016년 대전고법은 심야에 칼을 든 남성과 4명의 경찰관이 대치하던 중 남성이 계속된 경고에도 경찰관과 신고자를 향해 다가오자, 공포탄이 불발된 후 곧바로 실탄을 남성의 가슴에 발사해 사망하게 한 경찰관에게 1억 1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경찰관으로서는 유사시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공포탄에 의한 사격으로 상대방에게 충분히 경고할 수 있도록 평소에 총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어, 공포탄 불발은 총기 관리 사용상의 과실"이라고 봤습니다.

이어 "당시 현장에 집결한 경찰관은 모두 4명이었고, 총기 외에 망인의 제압에 필요한 다른 장비들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부득이하게 이 사건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위해의 급박성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총기 조준 시 대퇴부 이하를 겨누지 않고 가슴을 겨눈 점 등을 보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관을 불기소 처분했지만, 형사상 면책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 사안마다 달라지는 총기 사용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는 사안의 세부적인 특성마다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가 제각각입니다.

난폭운전으로 사고를 낸 차량이 세 번의 정지명령과 한 번의 경고사격에 불응하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로 도주하자, 경찰관이 차량 앞 타이어를 겨냥해 실탄을 발사했는데 총알이 조수석 옆문을 뚫고 들어가는 바람에 차량 절도범이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2003년 대법원은 경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경찰관이 도난 번호판 부착차량의 운전자에게 수차례의 정지명령과 경고사격을 했으나 도주한 운전자를 검거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해 허벅지 부위에 부상을 입힌 사안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운전자가 흉악범이나 강력범이 아닌 절도범에 불과하더라도 도난번호판을 부착한 차를 운행하는 것은 계획적·조직적 범행의 결과로서 다른 중한 범죄의 범행수단 또는 그러한 범행 후의 도피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아가 위 운전자가 도심 간선도로의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며 도주하고 경고사격에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도주하였으므로 경찰관이 위 운전자가 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까지 범하였고 그를 검거하지 않으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합리적" (서울고법 2006나43790)

반면 1996년 신호위반을 이유로 범칙금납부고지서를 발부하기 위한 정지명령에 불응한 차량이 수차례 경고와 공포탄 발사에도 계속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다 사고를 내자, 내려서 도망가는 동승자의 허벅지에 경찰관이 실탄을 발사해 과다출혈로 사망케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 아무런 흉기를 휴대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경찰관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등 거칠게 항거하지 않고 단지 계속해 도주한 위와 같은 상황은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관의 정지명령에 응하지 아니하고 계속 도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1조에서 규정하는 범죄를 범하였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다른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탑승자를 계속 추격하여 체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추격에 불필요한 장비를 일단 놓아둔 채 계속 추격을 하거나 공포탄을 다시 발사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피해자를 제압할 여지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그러한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실탄을 발사한 행위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1조에 정하여진 총기 사용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 (대법 93다9163)

경찰관이 규정을 지켜 총기를 발사했더라도, 그 이후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배상을 하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남성이 술과 마약에 취해 칼을 소지하고 사람들을 위협하다 시동이 걸린 차량을 훔쳐 타고 도주하다 사고를 낸 후 편의점에 들어가 저항한 사건에서, 경찰관은 투항을 권유하다 공포탄을 발사한 후 경고사격을 하고, 남성의 대퇴부에 2발의 총격을 가해 제압했습니다.

경찰관은 남성을 제압한 후 바로 119에 신고했고, 5분 후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남성은 지병인 간경화로 혈액응고지연 등이 겹쳐 출혈이 멈추지 않아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총을 쏜 경찰관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 및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2008년 죄가 안 된다며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5분 동안 피해자의 왼쪽 무릎 및 대퇴부의 총창에서 다량의 출혈을 보이며 계속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상처 부위에 깨끗한 천이나 거즈를 댄 후 위·아래를 동시에 압박해 주거나,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해 상처 부위로 피가 몰리지 않도록 하는 등의 지혈 등 응급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들에게는 남성에게 구호 기타 필요한 긴급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는 위 경찰관들이 남성을 제압한 후 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사건을 파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은 국가가 유족들에게 2,7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경찰관에 앞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게 되면, 정부는 다시 경찰관 개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