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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셋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전셋집은 구하기조차 힘듭니다.

<인터뷰> 부동산 중개인(서울 잠실동) : "33평 대가 5억 원대에서 6억 5천까지 올라갔어요. (1억 5천이 올랐어요?) 네. (그런데도 물건은 없고요?) 네."

<인터뷰> 부동산 중개인(서울 잠실동) : "(거래가 아예 없으세요?) 물건이 있어야 하지, 전세가 없어."

강남뿐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부동산 중개인(서울 등촌동) : "일부는 또 월세로, 반전세로, 월세로 돌리고 하다 보니까 전세가 더 없죠."

전셋값이 1년째, 매주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지역의 평균 전셋값은 사상 처음 1억 원을 넘었고, 여기저기서 '전세대란'이라는 말이 또 들립니다.

연이은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는 전세시장.

심각한 전세시장의 실태와 그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주택단지가 아닌 컨테이너 창고로 들어옵니다.

<녹취> "오라이~오라이~ 스톱"

<인터뷰> 방진무(창고 임대업체 대표) : "저것도 이제 전세를 구하지 못해서 일단은 당분간 맡겨 놨다가 방이 구해지면 빼간다고 약속을 받았습니다. 우선 1차적으로 한 달 정도만 예약을 하고..."

서울 목동에서 왔다는 이삿짐 속에는 초등학생용 학습지와 장난감도 눈에 띕니다.

150여 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80%가 채워져 있는 이 창고에는 최근 들어 이삿짐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방진무(창고 임대업체 대표) : "옛날에는 보통 집 수리하거나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서 맡겨 놓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요즘에는 생계형이라고 그럴까요, 방을 구하지 못해서 맡겨 놓는 분들이 부쩍 많이 늘었습니다."

취재 도중, 전세를 구하지 못해 한 달째 이삿짐을 맡겨 놓은 한 주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삿짐 보관업체 이용자 : "당장 전셋집을 구할 수가 없어서 여기다 짐을 놓고 천천히라도 어떻게, 부동산마다 전화번호 알려줘서 대기하면서 집을 얻어볼까 싶어서..."

집없는 생활도 어렵지만, 전셋집 구하기가 더 막막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삿짐 보관업체 이용자 : "지금 잠깐 조그만 원룸을 하나 얻어서 일단 거기서 임시로 기거하고 있으면서 요새 전셋집 알아보러 다니는데 전셋집이 없어요. 전혀 전셋집이 없어서 암담합니다."

현재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 중입니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53주 연속 상승하고 있고, 서울지역도 지난주에 비해 0.3% 오르면서 19주째 상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률이 전세대란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선대인(부동산 전문가) : "전세대란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오름 폭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적어도 상승률 기준으로 볼 때 아직 3% 이상 오르지 않았거든요, 올 들어서. 자 그런 상황이면 사실은 전세대란이라고 부를 수 있는 2011년 12%씩 전세가가 오르고 할 때, 그때에 비해서는 아직도 굉장히 상승세가 미약하고..."

오히려, 이러한 통계와 시장 분위기가 임대인의 전셋값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취재파일K에서는 부동산 가격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감정원을 통해 최근 서울지역에서 전셋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아파트단지 5곳을 추천받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아파트의 최근 2년간 전세 실거래가를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매주 전셋값이 상승했다는 대치동의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단 한 건의 전세거래도 없었습니다.

거래도 없고, 심지어 현재 매물조차 없는데, 가격 상승률은 어떻게 나온 걸까?

<인터뷰> 박기정(한국감정원 연구원) : "우리가 마련한 샘플 아파트 또는 연립 주택이나 이런 곳을 주마다 방문해서 이것이 만약에 현재 거래된다면 얼마에 거래될 것인가 하는 시가를 평가해서 그 가격을 조사해서 그것을 우리가 통계를 하는 것이거든요.(그럼 실제로 호가,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은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 이거는 아니네요?) 그렇죠."

전세 수요와 무관하게 전셋값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이모씨.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슬었고, 화장실 천장 타일은 습기 때문에 떨어진 지 오랩니다.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했지만, 수리는 고사하고 7천만 원짜리 전세를 1억 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모씨(세입자) : "(자식들이) 아직도 학생인데, 둘째도 00대 다니고 있고, 하나는 00대 휴학계 내놓고...돈 번다고. 돈이 없으니까. 그러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집세 올려달라고 해도 올려줄 수도 없고."

이씨는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집주인은 들어올 세입자가 없어 보증금을 못 돌려주겠다는 입장입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전셋값에 번번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주인의 대책 없는 전셋값 인상에 이씨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모씨(세입자) : "할 말이 없어, 할 말이 없지. 내가 눈물도 나오려하고... 애들도 친구들 한 번도 못 데려오지. 집이 이런데 어떻게 데려오겠어."

무분별하게 오르는 전셋값도 문제지만, 전세 매물 자체가 사라진 것이 세입자들에게는 더 큰 부담입니다.

<인터뷰> 박원갑(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 "가격은 둘째치고 매물 자체가 없다는 겁니다.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옛날에는 한 단지 내에서 매물이 하나도 없다. 이런 얘기는 들었는데, 어떤 동이라던지, 구 지역 전체로 매물이 씨가 마른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한 데에는 전세의 월세화가 한몫하고 있습니다.

1995년 384만 가구이던 전세 가구는 2010년 376만 가구로 8만 가구가 줄어든 반면 월세 가구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늘어 전세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뷰> 박기정(한국감정원 연구원) :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기보다는 똑같은 집을 가지고 월세로 전환을 하다 보니까 월세 공급은 굉장히 늘어난 반면에 전세는 공급이 부족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전세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이 이뤄져서 계속 전세 가격이 오르고..."

불안한 전세시장 탓에 올 하반기나 내년 초 수요자까지 당장 전세시장에 나오면서 물량은 더욱 부족한 실정입니다.

올해 말 계약 만료인 김모씨도 벌써 전셋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세입자) : "요즘에 워낙 전월세난이 심하다고 하니까 미리 좀 하자 그래서, 원래는 넉 달 후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물건을 이제, 물건을 좀 위주로 해서 맞추다 보니까 조금 당기게 됐죠."

이러한 전세물량 부족사태는 예견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입니다.

민간에서는 경기침체로 주택공급이 줄었고,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건설도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함영진(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 "작년과 올해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특히 2년 동안 전국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20만 호가 채 되지 못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규 공급되는 주택 수가 아파트 위주로 좀 부족하다고 보여지고요."

<인터뷰> 김남근(참여연대 집행위원장) : "공공임대주택이 꾸준히 추진이 돼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꾸 그 정책이 출렁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반복되는 전세난에 대해 지난 이명박 정부의 처방은 세제 혜택을 통한 매매 활성화였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5년간 폐지하고 취득세도 수차례 인하했지만, 부동산 거래는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도화동의 한 아파트.

맞벌이 부부로 전세를 살고 있는 최소정 씨는 지난 5월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사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최소정(세입자) : "(남편이) 지금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데, 굳이 우리가 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최 씨는 당분간 전세살이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인터뷰> 최소정(세입자) : "그러니까 남편이랑 저랑 둘 다 이제 돈을 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보증금) 올려달라고 하면 그냥 집을 사는 것보다는 올려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 박기정(한국감정원 연구원) : "지금 같은 경우에는 내가 보증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조금만 돈을 얹으면 집을 살 수 있어도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이 나중에 주택 가격이 많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손해인 거죠."

지난 28일, 현 정부도 전월세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4.1 부동산 대책에 이어 벌써 두 번쨉니다.

<녹취> 현오석(경제부총리) : "주택기금에서 1%대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주택구입 지원제도도 도입하겠습니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같은 직접적인 전월세 안정 대책보다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 매매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지난 정부의 전략을 다시 한번 선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이번 대책이 더 이상의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라고 해석합니다.

<인터뷰> 선대인(부동산 전문가) : "전월세 대책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집값 띄우기 대책이다 또는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라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집값을 떠받치면서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주택 세입자들의 전세난도 심각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계속되는 주택가격 하락이 불러올 이른바 '하우스 푸어'의 위기도 외면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인터뷰> 박원갑(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 "우리나라는 전세하고 매매하고 서로 맞물려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면 집주인이 불행해지면 세입자도 불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고요."

정부는 구매력 있는 전세 수요자가 집을 사기를 바라지만 전세 보증금 자체도 이미 대출이 많아 매매 활성화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임대주택 보급 방안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엔 늦은 감이 있습니다.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세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

올 가을 이사철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