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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본 외교장관회담 중에 양자 관련 협의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성과도 많지 않나 싶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가 솔직하게 있었다." - 한국 외교부 당국자
"짧은 시간에 가장 내용이 깊게 나왔다고 중국 측에서 생각하는 듯 했다." -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많은 뉴스를 남겼던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또 다른 얘깃거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개된 일정에서는 '수망상조' (어려울 때 서로 협조하며 대응한다), '의미 있는 만남' 같은 외교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한중관계를 설명했지만, 무릎을 맞대고 앉은 비공개 만남에서는 한중간에 좀 더 속 깊은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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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신냉전 선동 반대' 강조…한국엔 없는 내용 발표하기도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귀국한 뒤 지난달 2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문을 올렸습니다. 하루 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의 면담에 대한 설명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문 특보를 만나 신냉전과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신냉전'을 선동하려는 시도는 역사 발전의 흐름에 어긋난다"면서 왕이 부장의 발언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보도문만 보면, 한국정부가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구도를 부추기거나 동조했고, 왕이 부장이 이 점을 지적하며 한국에 균형적인 자세를 유지하라고 요구한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11월 26일 한중외교회담을 마치고 두 나라가 각각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때 한국 자료에 빠진 내용이 중국 측엔 포함된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한·중이 '2+2 (외교부·국방부 장관) 대화'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과, 중국이 제안한 '글로벌 데이터 안보 구상'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중국의 보도자료에만 담겼습니다. 한국측 자료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글로벌 데이터 안보 구상은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을 배제하는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정책에 맞서 중국이 내놓은 구상이고, 중국과 2+2 대화를 개최하는 나라는 주로 중국의 군사 동맹국들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일부러 뺀 게 아니라, 각자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 생긴 차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하필 누락된 내용이 모두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이라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한국과의 협의 없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협의 내용을 공개해 버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습니다.

11월 27일 오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왼쪽)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 문정인 특보 "내가 먼저 물어 답한 것…일방적 설득 아냐"

왕이 부장과 직접 대화한 문정인 특보에게, 먼저 "중국이 신냉전과 일방주의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내용에 대해 물었습니다.

문 특보는 KBS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 보도자료에 일부 생략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신냉전을 피해야 하니 중국도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이 주제를 먼저 꺼낸 건 자신이었다는 겁니다.

문 특보는 "한국은 미국과는 하나밖에 없는 동맹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데 미·중이 사이가 나쁘면 한국뿐 아니라 역내 다른 국가들도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에 왕이 부장이 대답한 것"이라며 앞선 자신의 의견과 질문 과정이 생략된 채 자료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왕이 부장이)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다자주의를 통해 현안을 푸는 걸 강조한 데에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이 깔린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문 특보는 또,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미·중 무역 갈등은 시장 원칙을 따라야지 관세 장벽을 높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 왕이 부장의 다른 발언도 소개했습니다.

문정인 특보는 그러나 왕이 부장이 우리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듯 얘기한 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왕이 부장의 '신냉전 반대' 요청에 한국이 화답한 것처럼 쓰인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와 실제 면담 분위기는 달랐다는 겁니다.

11월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세계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데…

사실 왕이 부장의 '신냉전 반대' 언급이 시선을 끈 배경에는 "세계에는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왕이 부장의 발언이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1시간 반가량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왕이 부장은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이번 방한을 미·중 경쟁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터트린 뒤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곧바로 "190여 개 국가가 있고, 모두 독립적인 국가들이다.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다"면서 보다 원론적인 답변을 덧붙이긴 했지만, 미·중 갈등 속에 중국 국무위원이자 외교부장이 미국의 동맹국을 찾아 이런 발언을 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미·중 갈등 구도에 주목하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은 이처럼 웃어넘겼지만, 정작 중국 관영 매체들은 같은 시각에서 왕이 부장의 방한을 보도한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방한 마지막 날이었던 11월 27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환구시보 영문판)는 논평을 싣고 "왕 부장의 방한은 미국의 압력에도 깊어진 한중 관계를 반영한다"고 썼습니다.

■ 바이든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추진'…중국 빼고?

취임까지 50여 일을 앞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첫해에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회의인 만큼 중국과 러시아는 배제되고 북한도 초대받지 못할 거라는데, 명백한 중국 견제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새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등 다른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거라는 예측이 우세했습니다. 이런 예측에 부합하는 행보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최소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를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아주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분간 계속될 미·중 갈등 속에, '왕 부장'을 환송한 한국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