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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남지 않은 설 연휴는 인천 남구청이 주소인 철거민 4가구 6명에게는 그 어느때보다도 춥고 외로운 명절 연휴가 될 것 같다. 투쟁을 하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 차례상은 언감생심이다. 보금자리이던 인천 주안주공아파트가 재건축으로 헐린 뒤 구청 안에 천막을 짓고 주거권 투쟁을 해온지 558일. 지난한 생활을 잊고 명절에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친척도 없다. 기댈 곳이라곤 오로지 천막 뿐. 그러나 쓸쓸하기만한 명절마저 이들에게는 사치다. 그나마 다리 뻗고 잘수 있는 천막이 철거 위기에 놓여 가슴을 졸이고 있다. 연휴가 지난 뒤 천막을 철거해야 될지 여부를 담은 법원의 결정문이 배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철거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거민 임모(47.여)씨는 "천막에서 쫓겨나면 이제 갈 곳도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에서 쫓겨나면서 받지 못한 보증금 등 보상을 받기 위해, 사회적으로는 개발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싸움에서 질 수 없다"고 말했다. ◇ 구청이 주소인 까닭은 = 이들이 구청 안에 천막을 짓고 거주를 시작한 때는 2005년 8월 5일. 인천 주안주공 아파트 세입자 11가구 28명은 이날 오전 강제철거를 당하자 구청으로 몰려가 천막을 지었다. 2005년 봄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철거되려 하자 이들은 4개월간 아파트 옥상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새벽 옥상으로 밀고 올라온 용역사원들에게 쫓겨난 뒤 곧바로 구청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구청은 천막에서 전기와 수도를 쓸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줬다. 그리고 2개월 뒤. 구청은 철거민들이 보상과 임대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섰으나 이들은 임대아파트 신청서류에 기재해야 되는 주소가 없었다. 주안주공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주소가 말소된 상태. 이에 당시 박우섭 구청장은 자신의 집으로 이들의 주소지를 옮겼다. 그러나 주민등록법 위반 문제가 대두되자 이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구청을 주소지를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구청의 중재는 실패하고 다음해 7월 말께야 7가구만 주택공사가 마련해준 임대주택의 입주방안을 수용하고 주택조합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뒤 천막생활을 청산했다. 4가구는 '합의 후 이행을 안 할 수 있다'며 구청 등에 보상 문제 등에 관한 합의 내용을 문서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입주를 포기했다. ◇ 확성기 사용 금지와 철거 위기 = 철거민들은 구청에 자리를 잡은 뒤 구청 앞에서는 줄기차게 운동권 노래가 흘러 나왔다. 철거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를 벌였다. 구청 직원들과 구청 주변 주민들은 이 같은 소음에 괴로워하고 항의했지만 철거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철거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표현 수단이다"는 게 이들이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힘찬 노랫가락은 이들이 지칠법한 시위를 계속 끌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에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일부터 확성기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구청이 인천지법에 낸 확성기 사용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확성기 사용 문제는 이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구청이 법원에 제기한 퇴거단행가처분 신청 결과에 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원이 구청의 손을 들어주면 천막은 철거에 들어간다. 12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조정에서 구청과 철거민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의 조정은 없다. 법원은 조만간 결정문을 보낼 예정이다. ◇ 주거권인가 = 이들은 처음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살 곳을 찾아 투쟁을 시작했다. 아파트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고 저항하다가 가재도구까지 모두 잃어버렸다. 보증금도 받지 못했다.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2005년 10월 아파트 철거 당시부터 시작한 일이라 지쳐 포기할 법하다. 이 과정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임씨는 전국철거민연합의 열성 회원이 됐다. 그러면서 이들의 투쟁은 주거권 운동으로 발전했다. 임씨는 "지금까지 개발은 못사는 사람들을 주거지에서 쫓아내는 방식인데 살고 있는 집을 나가면 오갈데가 없다"며 "새롭고 좋은 집을 공급하는 것도 좋지만 이 과정에서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뒤 살 집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문제는 법적으로 재건축의 경우 세입자들이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살던 곳이 재건축 돼도 임대아파트 입주권한을 부여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건축의 경우 세입자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입주대책을 마련해주기는 어렵다. 세입자라도 경제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인옥 박사는 "보증금이나 전세금이 비싼 강남의 아파트가 재건축된다고 세입자에게 주거권을 보장해줄 수는 없지만 소외지역의 소형임대아파트 세입자인 경우에는 공공임대아파트나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안주공 철거민들이 향후 주거권을 보장받느냐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천막의 주거환경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계절을 거친 천막의 나무 바닥은 이미 썩어들어가고 있다. 곰팡이, 진드기, 독성물질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아무리 열심히 관리한다 해도 비바람과 혹한, 폭염 앞에 천막은 곪아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환경 속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다. 철거민들에게 이제 병원은 너무 친숙하다. 임종한 인하대 환경의학과 교수는 "당장에 큰 문제는 아니더라도 철거민들의 건강은 심각해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위와 추위에 노출된 불안정한 주거형태에서 장기간 거주하게 되면 사망률도 높아진단다. ◇ 천막과 철거민들의 운명은 = 지난해 6월부터 구청과 철거민들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다. 이영수 구청장은 "대화는 있을 수 없고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한다. "아파트가 철거되면 보증금을 받아서 다른 곳에서 살면 되는 것이고 돈이 부족하면 노동능력도 있는 데 벌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이 청장의 논리다. 이에 철거민들은 노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고 반박한다. 임씨는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을 하는 것이 현재의 일이다"며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받은 뒤 맘 편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청 앞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법원이 퇴거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만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며 천막생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퇴거 결정이 내려지면 구청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철거민들이 저항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국철거민연합도 가세할 태세다. 차례상에 대해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이들의 설은 그래서 더욱 뼈저리게 가슴아픈 명절이 되고 있다. 이들의 봄날이 따뜻할 지 잔인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