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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군사교육단, ROTC가 창설 50년 만에 여성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60명의 여대생이 ROTC에 선발돼 다음 달부터 군사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녀들은 왜 ROTC를 선택했는지, 이 시대에 어떤 군인이 되고 싶은지, 당찬 포부를 들어봤습니다.

학군단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처음으로 집체 교육을 받습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될 정식 군사훈련을 앞두고 미리 기본자세를 익히는 예행연습입니다.

<녹취> “상박은 가슴으로부터 몇 도? (60도) 손등과 손바닥이 보일듯말듯 하게. 그렇지?”

그 사이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여학생들, 쉬는 시간에야 겨우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녹취> 조수연 : “(헬멧 쓰시니까 더 나아보이시는데요?) 가리는 게 낫습니다. (전투복이 어색하거나 그렇지 않으세요?) 어색하지 않았고 처음 입었을 때 맞춤복처럼 딱 맞았습니다.”

학군단에 여자 후배가 들어오니 선배들은 어쩐지 어색합니다.

<인터뷰>유덕균(강원대학교 학군단 4학년) : “교육을 받고 있는 51기 후보생들은 오히려 그런 게 없는데, 지도를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웬지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뭔가 직접 지도를 해주고 싶은데도 여군 후보생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여군 훈육관님을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훈련을 받을 때 가장 힘든 건 무거운 군장을 메는 일.

<녹취> “지금 이게 체력단련용으로, 정식 훈련 들어가기 전에 적응훈련 하기 위해서 처음 해보는 겁니다.”

전투 장비와 전투복은 물론 모래주머니까지 집어넣어 무게를 늘립니다.

<녹취> “(거의 돌덩이 무게네요? 이것만 안 들어가면 조금 가벼울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이것 넣어도?) 처음 멨을 때는 아... 이랬는데 이제 그렇게 많이 무거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행군 하면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책가방보다는 훨씬 무거울텐데...) 전공 서적이 좀 두꺼워서 그게 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울에 달아보니 2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이 군장을 감당하지 못하면 정식훈련을 결코 이겨낼 수 없기에, 예비 훈련을 통해 군장과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숩니다.

<녹취> 조수연 : “(안 무거워요?) 안 무겁습니다. (군대 가면 한 열 배나 스무 배 정도 더 걸을 텐데.) 괜찮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보다 뒤지거나 그러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녹취> 홍현진(강원대학교 학군단) : “(평소에 무거운 것 많이 가지고 다니셨나봐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군들도 하는 것이고 여군도 당연히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땀도 별로 안 나세요?) 그 동안 체력 훈련을 쭉 했더니 체력이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여성 학군단 1호. 그 책임감의 무게는 등에 진 군장보다 더 무겁습니다.

위로는 언니 한 명, 아래로는 여동생 두 명. 조수연 양은 딸 부잣집의 둘째딸입니다.

<녹취>서해숙(조수연 양 어머니) : “원래는 가족 계획이 세 명이었는데 셋 다 딸을 낳다보니까 조금 아쉬워서 하나 더 낳았더니만 또 딸이어서...”

특전사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는 네 명의 딸들을 혹독하리만큼 엄하게 가르쳤습니다.

<인터뷰>서해숙(조수연 양 어머니) : “처음에는 싸움도 많이 했어요. 딸 자식인데 어떻게 남자애들처럼 똑같이 그렇게 혼을 내느냐. 종아리에 멍들어서 학교 가면 치마 못 입어요. 정말 피멍이 들도록.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늘 싸웠는데 나중에는 제가 포기를 했어요. 아이들 혼낼 때는 제가 안 봤어요, 그걸. 마음이 아파서 보고 있으면.”

딸들이 공부를 잘해서 상을 받아와도 늘 무덤덤하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수연 양이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가족들이 타고 가던 자동차가 사고가 났습니다. 그 때 어머니와 네 딸을 두고 아버지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터뷰>조수연 : “전혀 몰랐는데, 한 번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주변 동료분께서 이런 얘길 하신 적이 있습니다. 둘째 딸이 상을 받아오면 너희 아버지가 진짜 자랑 많이 하고 다니시더라. 그 얘기 듣고 저 상 받을 때 생전 잘 했다는 칭찬 별로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 듣고 말은 안 하시지만 자랑하고 다니실 만큼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는구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그 때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학군단 선발에 합격하면서 군인이 되겠다는 꿈은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앞으로 2년 동안 방학 때마다 호된 군사훈련을 통과해야 합니다.

<녹취>오윤정(대위/강원대학교 학군단 훈육관) : “일단 지금 여 후보생들이 남 후보생들에 비해서 안 되는 부분이 체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체력적인 부분을 키워나가면 다 어느 곳에서나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오히려 여성들이 섬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섬세하고,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부하들을 지휘하면 오히려 많은 부분 더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학군단 제도가 도입된 건 1961년. 하지만 무려 50년 동안 학군단은 남성들만의 세계였습니다. 여성들은 그 동안 사관학교 등을 통해 여군 장교로 임관했지만, 그 문은 너무나 좁았습니다. 때문에 올해부터 학군단이 여성 후보생을 선발하자 평균 경쟁률은 6대 1을 기록했습니다. 강원대와 고려대, 명지대와 영남대, 전남대와 충남대 학군단이 각각 다섯 명의 여학생을 선발했고, 숙명여대는 여성학군단을 새로 창설해 서른 명을 선발했습니다.

오늘은 학군단 단복을 몸에 맞추는 날. 옷맵시에 꼼꼼하게 신경을 쓰는 모습은 21살 여대생의 모습 그대롭니다.

<녹취> “(더 달라붙게 입으시려고?) 좀 커요, 허리가. (이게 앉아서 부동자세로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니까 나는 이게 자연스럽게 된 것 같은데.)”

넥타이에서 허리띠까지, 주로 남성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지급받고 나니, 학군단에 입단했다는 사실이 더 실감납니다.

<녹취>윤해인(숙명여자대학교 학군단) : “(넥타이 매고 벨트 차는 기분이 어때요?) 기분요? 기분이라기보다는 책임감 같은 게 느껴지고 마음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한 여대생들이지만 훈육관 앞에서는 조금씩 군기가 잡혀갑니다.

<인터뷰>김나미(대위/숙명여자대학교 학군단 훈육관) : “얘네들이 그냥 단지 ROTC 1호라는 그런 이점을 얻고자 그냥 이렇게 지원을 해서 그 과정 가운데 있는게 아니라 아, 나도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그런 막연한,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한테 정말 큰 책임이 주어졌구나. 이렇게 순수한 인원들을 제대로 된 군인으로 키우는 게 나의 몫으로 지금 됐구나...”

<녹취> “(이걸 애들이 꺼내봤는데 깜짝 놀랐어, 이거.) 화생방 훈련. 이제 가스도 마시고...”

민지현 양에게 있어 학군단 선발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아버지 역시 학군단 출신으로 기수로 따지면 27년 선배인데다, 어머니는 여군사관 출신인 예비역 중윕니다. 지현 양의 부모님은 국군의 날 퍼레이드 때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었고, 지현 양은 어머니 뱃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군 생활을 했습니다.

<인터뷰>송영미(여군 32기 예비역 중위) : “보시다시피 이렇게 좀 마른 아이로 태어났는데, 제가 아이를 가지고도 구보도 정상적으로 하고 체육대회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보기와는 다르게 뼈 속에 근육이 들어있는 걸로 알고 있고, 크게 아픈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민경배(학군24기 예비역 중위) : “군에서 큰 아이를 갖게 되고 하다보니까 제가 그 당시만 해도 보수적이었어요. 그래서 군에 남아서 오랫동안 군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가정이 더 좋지 않겠느냐 여자한테는. 그런 생각에 전역을 제가 권했죠. 그런데 생활하면서 참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너무 군에서 볼 때도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들고 제가 봐도 우리 집사람이 군에 남아있었으면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가 접었던 여군의 길은 이제 지현 양이 이어받아 펼쳐가게 됩니다.

<인터뷰>민지현(숙명여자대학교 학군단) : “제가 첫번째 여성 ROTC가 됐다는 것에 큰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분들께서 여성 ROTC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큰 노력을 하셨으니까, 그것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그런 ROTC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군 장교의 여성 비율은 4.3%, 국방부는 이 비율을 향후 10년 동안 7.7%로 올릴 예정입니다. 또 최근에는 전투 병과에서도 처음으로 여성 장군이 탄생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안보가 절실해지고 있는 요즘, 군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지위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여성 ROTC, 그들의 활약상이 기대됩니다.